지역여성의 일과 가정, 여성으로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지역여성들이 느끼는 행복 체감도, 사회진출 등에 관한 의식을 살펴보고자 '지역여성, 소소한 삶을 말하다'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기자가 자주 찾는 음식점에 항상 친절함이 몸에 베인 듯 밝은 미소로 대해주는 아주머니가 있다. 항상 손님들의 어떠한 주문에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존경심까지 들 정도였던 아주머니와의 대화 속에 기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픔의 세월을 보낸 흔적이 묻어났다.
주인공 최남연(52) 씨의 삶을 들여다보면 경북 경주가 고향으로 24세에 결혼해 28세 꽃다운 나이에 1남 1녀를 둔 채 첫 번째 남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최 씨는 사별의 아픔보다는 자식들과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커 아파하고 눈물을 흘릴 겨를도 없이 앞 만보고 열심히 살았다. 미용기술을 익힌 최 씨는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미용실에서 근무하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기독교인이었던 최 씨는 두터운 신앙심으로 봉사하며 아픔을 달랬던 것이다. 봉사자로서 대상자인 두 번째 남편과의 만남이 최 씨에게는 또 다른 아픔을 겪게 할 줄은 그 당시에는 몰랐다.
최 씨는 "장파열 등으로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살피면서 그것이 연민이든 사랑이든 함께 해야 겠다는 생각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그 당시를 회상한다. 재혼을 결심한 남편은 홍성출신으로 그때부터 최 씨와 홍성의 인연이 시작됐다.
하지만 최 씨의 천사 같은 마음을 하늘은 저버렸다. 평생을 함께 의지하며 지낼 것이라 굳게 믿었던 남편의 변심으로 6년 전 이혼을 해야만 했다. 재혼한 남편과의 사이에 늦둥이 아들 하나를 남겨둔 채.
2004년, 서울에 살았던 최 씨는 남편의 마음을 다잡으라는 시부모의 권유로 홍성에 내려와 정착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남편은 돌아오지 않고 최 씨는 미용실을 경영하며 2남 1녀 뒷바라지를 위해 열심히 살았다. 최 씨는 그때부터 얼굴표정에 살아온 삶이 배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항상 밝은 표정으로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왔다.
세 아이를 키우며 힘들었던 점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최 씨는 "세 아이를 키우며 사춘기를 겪으며 아버지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내아이들로 인해 난감했다"며 "하지만 큰 아이와 작은 아이는 현재 대학 졸업 후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다"고 자랑하며 뿌듯해 한다.
중학생인 막내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미용실 문을 닫은 후 음식점 일을 하고 있는 최 씨는 그런 와중에도 한 달에 한번 쉬는 휴일에 자활센터와 연계해 독거노인들을 위한 미용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살아온 삶을 보면 세상에 대한 원망이 먼저 앞설 것 같아 의아해 하는 기자에게 최 씨는 "결코 순탄한 인생이라고 할 수 없지만 어차피 내가 지나와야 했던 길이라 생각하고 나름대로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며 "행복감 속에는 봉사활동을 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이 크다"고 말해 기자를 무색케 했다.
여성 혼자의 몸으로도 얼마든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지만 간혹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상처를 받기도 한다는 최 씨는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는 남존여비 사상이 남아있어 여성에 대해 그릇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고리타분한 옛날 생각은 버리고 공통된 입장에서 홀로 사는 여성이 아닌 남성과 동등하게 능력으로 평가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