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행사 의전절차 군살 쫙~빼자
상태바
각종 행사 의전절차 군살 쫙~빼자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11.19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빈소개에서 축사ㆍ환영사 등…행사본질 퇴색
내빈 지정좌석제 폐지하고 의전절차 10분 이내로 간소화 해야

군민체육대회에 참가한 내빈들 모습.

씨름대회에서 권위를 벗고 한판대결을 펼치고 있는 윤용관 군의원과 범상스님.

각종 지역행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내빈 위주의 행사를 참여자 위주의 행사로 전환해 간소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역행사에 참여했던 주민 임모(42) 씨는 본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만 했다. 내빈소개로 시작해 대회사ㆍ격려사ㆍ축사까지 3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가량 이어지는 의전 절차에 본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주민 김모(44) 씨는 " 노인의 날 행사를 비롯해 지역 내 각종행사의 주인은 당연히 지역주민 아니냐"며 "어르신들을 모셔놓고 맨 앞에 마련해 놓은 좌석에 앉은 내빈들을 보니 주객이 바뀐 듯한 느낌에 참 씁쓰레 했다"며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모르겠다며 혀를 찬다.

한 해 수백 건에 이르는 각종 지역행사가 주말과 휴일에도 연이어 개최되고 있다. 어느 행사를 막론하고 내빈들은 검정양복에 코사지를 패용하고 똑같은 모습으로 참석해 지정좌석에 앉는다. 혹여나 지정좌석 인줄 모르고 앉았던 주민은 주최 측에 떠밀려 영락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으로 옮겨 앉아야 한다. 그나마 참석자들의 좌석이 있는 행사는 다행이다. 좌석 없이 선채로 장시간 이어지는 의전 행사에 본 행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참석자들은 지쳐버린다. 행사 주최 측 또한 행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진땀을 흘려야 한다. 사회자는 소개해야 할 내빈이 도대체 어디까지 인지, 혹여나 빠트리고 소개하지 못한 내빈이 있지는 않은지 조절하느라 분주하다. 때로는 미처 소개하지 못한 내빈을 위해 행사 중간에 소개하는 등의 우스꽝스런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제는 행사 주최 측과 소위 내빈이라 불리우는 지역인사(?)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행사 본질은 단순히 잠깐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참석한 내빈들이 아니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주민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내빈들의 얼굴을 알리기 위한 행사가 아닌 참석자 또는 수요자 중심의 행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의전 간소화 기준안 마련 필요

이미 타 시군에서는 각종 연례행사에 의전을 대폭 간소화하는 기준안을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2007년 의전행사 간소화 운영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함안군에서는 군수의 행사 참석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군 주관 국경일과 기념식, 군 단위 축제와 사회단체 행사, 군수 명의의 체육대회를 제외한 읍ㆍ면 단위 행사와 사회단체장 이ㆍ취임식 등에는 군수의 참석을 지양하고 있다. 또한 사회단체 주관 행사와 이ㆍ취임식은 소속회원만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내빈은 행사와 관련이 있는 기관ㆍ단체장과 군의원으로 한정했다. 내빈이 참석하더라도 축사나 격려사, 환영사는 폐지하고 사회자가 간단한 축하메시지를 소개하는 식으로 대체했다.

광주시의 경우 장시간 이어지던 의전절차의 내빈소개를 생략하고 내빈 초청 범위도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행사와 직접 관련 있는 기관ㆍ단체장만 초청하고 있다. 또한 좌석 배치도 지정좌석 없이 행사장 도착 순서대로 자율적으로 착석하되 수상자가 있는 경우와 외빈을 초청한 경우에만 별도의 좌석을 지정하고 장애인, 노인, 여성을 우선적으로 앞 좌석에 배려하고 있다.

경북 안동시의 경우 각종 행사 시 내빈소개와 축사, 격려사 등 인사말을 생략하고 행사 주최 측 대표자만 3분 이내의 인사를 하고 음악회나 연극공연, 교양강좌 등 문화행사에서는 주최 측 인사도 생략하고 있다. 태백시는 국경일, 중앙 도 관련 행사를 제외한 모든 개회식은 20분 이내로 단축한다. 특히 실외에서 기립상태로 진행하는 문화ㆍ예술ㆍ체육행사 개회식은 10분 이내로 진행한다. 행사장 입구에 형식적으로 설치되는 화환․화분 접수는 가능한 받지 않고 주요내빈이 패용하는 코사지도 시민들과의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생략한다.

내빈들의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 행사에 참석해 소개를 받지 못했다는 불쾌감을 드러내며 투덜대기보다는 참석자들 속에 함께 어울리며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누가 왔는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더 낫지 않을까? 한 예로 지난 달 31일 광천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씨름대회에서 내빈으로 참석했던 윤용관ㆍ장재석 군의원과 오서산 정암사 범상스님은 권위의식을 벗어 던진 채 씨름판에서 땀 흘리고 모래를 뒤집어 쓰며 주민들과 함께 뒹구는 모습을 보여 참석했던 주민들에게 큰 즐거움과 함께 주민 곁으로 한결 가까이 다가간 듯한 친밀감을 전하기도 했다. 김정문 군의원 역시 지난 여름, 지역구에서 개최된 체육행사에서 뜨거운 햇살아래 서있는 주민들을 위해 주최 측의 인사말 요청을 정중히 거절해 지역민들에게 환영을 받기도 했다.

평범하게 땀 흘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권위의식을 내비치며 내빈석에 앉아 굳이 여러 사람 앞에서 소개받기를 원하는 그러한 내빈보다는 맡은 바 책임을 다하며 열심히 지역을 위해 노력하고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오려는 노력을 보일 때 저절로 소중한 사람으로 인정하게 된다. 주최 측 또한 유명 인사들이 많이 와서 인사나 축사를 해줘야 행사를 잘 치렀다는 의식보다는 불필요한 부분들을 과감히 줄이고 참석자들이 진정으로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이제 의전절차 간소화 지침을 만들어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관행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