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으로 상처받는 다문화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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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으로 상처받는 다문화 2세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1.01.1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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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아닌 함께 커가는 아이로 바라봐야

중국 조선족 출신 어머니를 둔 A(12)군은 학교에서 발표도 잘하고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을 만큼 학업성적도 좋다. 하지만 A군은 학교에서 다문화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뛴다. A군은 "주위에서 바라보는 작은 시선에도 신경이 쓰인다"고 할 정도로 웬지 모를 위축감에 움츠러 든다고 말한다.

베트남 출신 어머니를 둔 B(10)군은 학교에 갈 수가 없다. 한국말이 서툰 어머니로부터 정확하고 충분한 언어습득 기회를 갖지 못해 어눌한 말투와 피부색이 달라 친구들에게 소외받을 것이라는 생각과 관계형성의 어려움으로 학교가기가 두렵다.

이러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혼란을 겪는다. 이는 한국문화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부모의 영향으로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에 아이들은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들 자녀가 가지는 상처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상처의 원인은 가정과 또래집단, 학교, 사회 등에서 매일 경험하는 철저한 소외와 '왕따'에 있다. 많은 다문화가정 엄마와 자녀가 제대로 대화가 되지 않아 엄마는 베트남어, 아이는 한국어를 하는 기막힌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위기에 노출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겪는 아픔을 돌봐주고 위축감 없이 한국문화를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지역 내 교육적인 배려와 지원이 시급하다.

다문화가정 방문지도사 김귀화 씨는 "대부분의 결혼 이주여성들은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자녀 교육에 자신감을 잃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그러한 아이들이 다문화가 공존하는 학교에 준비도 없이 노출되면 상처는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홍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인숙 센터장은 "다문화 가정이 날로 증가함에 따라 자녀의 교육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며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중언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지만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교육 문제를 외국 출신 엄마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이들이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이면서 다문화가정의 입장을 고려한 교육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결혼이주여성 C 씨는 "다문화 가정 엄마들의 가장 큰 관심과 걱정은 자녀들의 교육문제"라며 "지역에 있는 관련 기관에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아이들이 큰 상처없이 한국문화를 배우고 익혀 당당한 한국인으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만들어 이들이 같은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편견과 소외감 없이 동등한 입장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문화 교육시스템이 온전히 정착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거창한 프로젝트 추진이나 거액의 예산을 책정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이해하고 이방인이 아닌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무지개청소년센터 이수정 부소장은 "다문화 어린이 및 청소년들은 특별함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가는 아이들'이라며 "그들을 특별한 아이로 대하기보다는 진정으로 수용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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