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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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한다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1.05.1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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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탐방 ⑤ 홍성여고 독서논술동아리 '책마루'

 


매일매일이 공부와의 싸움인 학생들에게도 교내쉼터이자 자기계발의 공간인 동아리들이 각 학교마다 존재한다. 이에 본지는 또래친구들과 건전한 여가활동을 즐기며 교우관계를 다지고, 아울러 자기계발의 발판을 제공하는 학내 대표 동아리를 소개하며, 활발한 동아리활동을 하고있는 청소년들의 다짐과 포부를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여아수독오거서(女兒須讀五車書)

‘현대사회의 예술작품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징병제냐, 모병제냐?’, ‘내가 만들고 싶은 차별 없는 세상’,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을 지키는 방법은?’, ‘도시빈민의 힘겨운 삶을 외면한 도시재개발은 과연 옳은 것인가?’......티비 시사프로그램의 토론주제로 등장할 법한 사회의 이슈들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진행되는 곳. 홍성여자고등학교 독서논술동아리 ‘책마루’ 는 단순히 책을 읽고 서평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일차원적인 독서동아리에서 탈피해, 책의 내용에 한 단계 깊게 파고들어가 사회문제에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책마루는 연극, 밴드 등 홍성여자고등학교에서 활동하는 여러 동아리 중에서 꾸준한 활동으로 주목받는 일명 ‘베짱이’ 동아리이다. 현재 2기(2학년) 9명, 3기(1학년) 9명으로 총 18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모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면접을 통과해 동아리회원으로 선발됐다.

책마루동아리 회장인 허은정(2학년) 학생은 “2기 학생들은 3대 1, 3기 학생들은 5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책마루의 학내 인기가 높은 편이다”라며, “지원자가 얼마나 솔직하고 자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독서량이 많은 지원자 순으로 회원을 선발했다”고 말한다. 높은 경쟁률 때문인지 책마루 회원들의 자부심도 높고, 그만큼 동아리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한다는 것이다.

책마루 회원들은 홍성여고 1층에 위치한 회의실에 이 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지정된 책을 읽은 후 토론을 벌이고 있다. 올해에는 4월 6일과 13일에 두 번의 토론을 진행했다고 한다.

책마루 회원들을 통솔하며 토론을 이끌고 있는 김억환 교사는 “학생들이 최근에는 ‘세계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에 대해 ‘기아에 시달리는 산모가 낳은 아기의 건강상태는 매우 열악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이를 낳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지요. 가끔은 학생들이 놀라우리만치 논리 있고 깊이 있게 자기 생각을 펼치곤 해서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라며 흐뭇한 미소로 책마루 회원들을 바라보았다.

아울러 책마루 회원들은 정기적인 토론뿐만 아니라, 매년 문집을 통해 활동사항을 정리하고 있다. 3기째를 맞이한 책마루는 벌써 두 권의 문집을 발간했다. 문집에는 각 회원들의 독후감, 논설문, 토론일지 등이 실려 있어, 책마루 회원들의 활동사항을 한눈에 알수 있었다.

회원들은 얼마전 김억환 교사의 인솔 하에 영월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단종의 한이 서려있는 청령포와 장릉, 김삿갓문학관에 다녀온 학생들은 궂은 날씨였지만 알차고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박지예(2학년) 학생은 “단종의 고달팠던 유배생활과 슬픈 역사를 떠올릴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책마루 회원들의 문학기행은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에는 담양을 찾아 가사문학관과 혼불문학관에도 다녀왔다. 김억환 교사는 “이왕이면 현대문학과 고전문학이 적절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답사지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답사에 필요한 차량지원과 여비는 학교에서 지원하는 동아리지원비로 충당하고 있다.
수능준비만으로도 빠듯한 고등학교 생활에 ‘책을 읽을 만한 여유가 있냐’는 질문에, 최혜수(1학년) 학생은 “동아리활동 때문에라도 일부러 책을 읽게 된다”며, “특히 수행평가에 필요한 독서록 작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하림(1학년) 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친구, 언니들과의 관계도 돈독히 다지며 고민상담도 하는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동아리 활동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독서동아리인만큼 최근 읽은 감명 깊었던 책에 대해 묻자, 최혜수 학생은 거침없이 ‘고구려를 위하여’를 추천한다. 최혜수 학생의 설명에 따르면 이 소설은 1000년전 고구려의 멸망과 함께 당나라에 포로로 끌려간 유민들의 한 맺힌 세월과 유민의 아들로 태어나 조국을 멸망시킨 당나라의 심장부에 독립왕국을 세워 고구려의 민족혼을 이어나간 잊혀진 영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혜수 학생은 “왜곡된 고구려의 역사를 새로이 배운 느낌이었다”며, “내안의 민족애를 들끓게 했던 유익했던 책”이라고 소개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책마루의 회원으로 선택된 만큼 자신 있고 똑 부러지는 답변이었다.

책마루는 올해에도 부지런히 책을 읽고 토론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억환 교사가 “이제부터는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토론을 맡기려 한다”고 말하자, 학생들은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며 김 교사의 지속적인 자문을 부탁하기도 했다.

한편, 김억환 교사는 “원래 목표했던 문집의 형태는 시, 소설, 수필 등도 포함된 종합문집이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학업에 신경을 쓰다보면 현실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김 교사는 “바쁠 때일수록 더 많은 일을 한다고 했다”며 향후 활동에 대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책마루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책 읽기’, ‘스스로 만들어가는 토론모임’이야 말로 학생들을 지적으로, 인성적으로 큰 성장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김억환 교사의 믿음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독서·논술·토론교육의 중요성이 교육계의 화두가 되고 있고, 무엇보다 독서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감과 성취감을 맛보고 있기에 책마루의 활약은 어느 무엇보다 눈부시다.

장 폴 사르트르는 “내가 세계를 알게 되니 그것은 책에 의해서였다”고 말했다. 폭 넓은 독서와 열의있는 토론을 통해 보다 넓은 세계로 시선을 던지는 책마루 회원들의 열정이 봄꽃향기만큼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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