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내년 총선 불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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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내년 총선 불출마”
  • 한지윤 기자
  • 승인 2011.11.2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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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 굴레, 선진당 틀 벗는 과정?


이회창<사진>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지난 21일 내년 ‘4·11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와 맞물려 이 전 대표의 탈당설은 물론, 이회창발(發) 보수대연합론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내 소신과 무관하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반대가 당론으로 정해졌고, 결국 농업 피해 대책마저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기에는 명분에 있어 조금은 의외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내심 다른 그림을 그리기 위한 출발이라는 분석이 이 전 대표 측을 통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불출마의 구실로 삼았지만 실상은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의 합당 이후 당내의 기류와 밀접하게 맞물린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보수 대연합’을 꾸리려는 정치적 승부수의 성격을 띤 것으로도 평가하고 있다. ‘충청권 맹주’라는 지역적 굴레를 벗어나 보수 진영 재편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이다. 이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가 정계 은퇴와는 상관없다”고 말한 대목에 방점이 찍히는 이유다. 이 전 대표가 이재오 전 특임장관을 비롯한 한나라당 친이계나 ‘대(大)중도 신당론’을 전파하고 있는 박세일 서울대 교수와 함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친이계 핵심 인사들은 최근 이 전 대표와 만남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에서는 이 전 대표가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을 포괄하는 ‘보수 대연합’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 총선 불출마 선언에 앞서 일부 측근들에게 “내가 만든 당이니 내가 깰 수 있다”며 최근 당내 기류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는 점, 이 전 대표가 국민중심연합과의 합당 이후 계속되고 있는 당내 ‘반(反) 이회창’ 움직임에 크게 자극받았다는 후문이고 보면 ‘총선 불출마’의 진짜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선 본인이 합당을 위해 2선으로 물러나는 용단을 내리고 국민중심연합의 심대평 대표에게 당 대표 자리까지 양보했는데도 현재 당내의 모든 칼날은 자신에게 향해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심 대표가 이 전 대표 중심으로 짜여진 선진당 내에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회창의 사람들이 대거 물갈이되며 갈등이 하나둘씩 불거졌다고 한다.

현재 당내에선 구(舊)선진당파를 중심으로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고 있으나 심 대표는 내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 때까지 현재의 지도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생각이어서 당 내부에 긴장감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허성우 전 사무부총장과 지상욱 전 대변인이 연이어 탈당한 것도 이 전 대표가 당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허 전 부총장의 탈당은 상징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허 전 부총장은 이 전 대표의 명을 받아 한나라당을 탈당해 2008년 초 자유선진당을 만들었던 주인공이다. 이 때문에 허 전 부총장이 이 전 대표의 또 다른 지시에 따라 보수대연합 등 새로운 정계개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선진당의 틀을 벗어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선진당은 지난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선 보완, 후 비준안 처리’ 당론을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부대 의견을 다는 조건으로 비준에 나서자는 입장을 밝혔지만, 의원 18명 가운데 조순형·이영애·박선영 의원만 동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한 측면에서는 선진당에 ‘물갈이와 쇄신’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한다. 선진당은 현역 의원 중 60대 이상이 60%를 넘고 있다. 젊은 인재의 영입이 절실한 현실이라는 얘기다. 상황에 따라선 이 전 대표가 선진당을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지역구 의원은 한나라당 원희룡·김형오 의원, 민노당 권영길 의원에 이어 선진당 이회창 의원이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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