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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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언어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04.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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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다. 생존을 위해 산소도 필요하다. 심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감이라는 정신적 산소가 필요하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현대정신분석학은 말한다. 우리는 잘 살기 위해 사랑이라는 정신적 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수현이는 스무살 여대생이다. 새내기 대학생이지만 학과 공부나 동기들과 어울리는 것에는 흥미가 없다. 수현이가 학교와 자취방 외에 유일하게 가는 곳은 학교 인근에 있는 카페다. 구석진 자리를 좋아해서 항상 지정석처럼 카페의 구석 자리에 앉는다. 스마트폰을 하던 중 채팅 어플을 알게 됐다. 나이와 관심 주제, 닉네임, 성별 등을 작성하고 가입했다. 몇 분 되지 않아 남성들로부터 쪽지가 날아왔다. 이것이 발단이 돼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죄책감을 많이 느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강도는 희미해졌다. 현재, 열 두 살 많은 남성과 교제중이다.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냥 남친을 만나면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수현이는 늦둥이로 태어났다. 그녀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엄마는 임신 중에 교통사고와 피부병으로 약을 복용했고, 과도한 체중 증가로 의사로부터 유산을 권면 받았다. 그러나 그녀의 엄마는 신앙의 힘으로 유산을 거부하고 아이를 낳았다. 엄마는 어렵게 얻은 그녀를 안아주고 무릎에 앉혀서 온 몸으로 사랑을 표현해줬다. 하지만 수현이가 8세 때 가정에 큰 이변이 생겼다. 오빠의 이혼으로 생후 12개월 된 조카가 집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그녀에게 집중됐던 엄마의 사랑은 조카의 차지가 됐다. 그 이후, 어느 순간부터 자위를 시작했다. 자신의 몸을 만지며 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인간관계 전문상담가인 게리 채프먼(1955년)은 사람들이 사랑을 구사하고 이해하는 방법 다섯 가지를 얘기한다. 즉, 상대를 격려하고 인정하는 말, 바쁜 일정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 물질적이고 비싼 물건보다 마음이 담긴 선물을 주고받는 것, 포옹이나 손잡기 등 육체적 접촉을 하는 것, 요리나 청소 등으로 상대를 위하는 봉사 등이다. 저마다의 사랑의 언어로 사람들이 사랑을 받아들인다는 통찰은 매우 놀랍다. 나의 사랑의 언어를 알고,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녀의 사랑의 언어는 접촉, 즉 스킨십이다. 조카가 집에 온 다음부터 그녀는 엄마를 빼앗겼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자신이 받아야 할 엄마의 사랑을 가로챈 조카가 밉고, 자신을 이전처럼 사랑해주지 않은 엄마에게 화가 났다. 그러나 힘든 엄마에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다. 어린 그녀는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만짐으로 부족한 사랑을 채워야 했다. 그러나 자위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랑을 공급해 줄 뿐,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충만한 사랑의 기쁨과 행복은 주지 못한다. 그녀는 지금 자위가 아닌 남자를 만나면서 사랑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충족되지 못한 사랑에 굶주린 그녀는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배가 고픈 사람이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것처럼, 그녀는 심리적 허기를 채우기 위해 여러 남자를 만났다. 굶주렸다 갑자기 먹기 시작하면 과식해서 탈이 나는 것처럼, 그녀는 사랑의 양을 조절하지 못하는 문제에 빠졌다. 

사랑이 없으면 살 수 없다. 그러나 과도한 사랑도 심리적 건강을 해친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우리는 저마다의 사랑의 언어로 사랑을 공급받고 적절히 그 양을 조절해야 한다. 당신은 필요한 사랑을 충분히 주고받으며 살고 있는가? 모두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행복을 누리며 살았으면 좋겠다.


최명옥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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