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호 할머니 〈배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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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호 할머니 〈배추밭〉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02.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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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27〉

하얀 도화지에 초록색 하나만으로 그림을 그리셨는데 기분이 좋았다. 전상호 할머니의 〈배추밭>그림 이야기다. 김장철이 가까워지고 있었고 할머니와 나는 김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할머니 댁 가까운 어딘가에 배추밭이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는 싱싱하고 건강하게 자라난 배추밭과 김장밭을 보면서 흐뭇하셨을 것이다.   

전상호 할머니는 늘 무엇을 그릴까를 생각하고 계셨다. 붉게 물든 바위단풍과 천일홍 꽃을 그리시고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 꽃도 그리셨다. 모두 할머니 댁 뜰에 살고 있는 꽃들이었다. 할머니 댁 뜰은 정갈하고 풍요로울 것 같았다. 

할머니 댁에는 견(犬) 공 가족이 여러 세대 살고 있다고 하셨다. 아들이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또 아들을 낳은 견공 가족들이 마당가와 마루 밑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았다. 10월에 낳아서 시월이, 3월에 낳아서 삼월이, 9월에 낳아서 구월이라는 이름을 지으셨고 대식구였어도 조용하고 순조롭게 지내셨다고 하셨다. 이웃에 홀로 사는 할머니가 원해 한 가족을 입양 보낸 뒤로 말썽이 생겼다고 하셨다. 이웃 할머니와 견공 가족이 잘 지내지를 못하고 으르렁 거리며 대립하더라는 거였다. ‘걔네들도 욕하는 소리 다 알아들어요. 사랑을 줘야 얌전해지지!’ 전상호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생명을 가진 것들은 모두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전상호 할머니는 말씀하고 계셨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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