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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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나무〉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06.2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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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15〉

길가에 핀 복숭아꽃 나무를 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우리 마을 이장님이 ‘마음속에 그리시나?’ 하셨다. 마음이라는 소리에 내 마음이 스르르 녹아 아예 복숭아꽃나무 밑으로 들어가서 스케치북을 펼쳐 들었다.    

처음에는 복숭아꽃만을 크게 스케치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내가 정말 그리고 싶은 것은 꽃 하나하나보다 나무 전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무와 마주서서 바라보면서 꽃 한 송이보다 더 크고 조화로운 세계를 보게 된 거였다.  

복숭아나무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고 그 두 갈래에서 또 작은 갈래로 앞과 뒤, 옆과 옆으로 퍼져 나가며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복숭아 나뭇가지는 복숭아 나뭇가지만의 뻗어 나가는 방향과 각도가 있었고 꽃의 모양은 물론 꽃이 피는 방향과 꽃받침의 방향이 다른 과실나무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소해 보이는 점 하나도 대강 찍을 수 없는 것은 자연과 같이 자연스러워야하기 때문이었다.  

복숭아꽃나무 너머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이웃하여 사는 J씨 부자의 말소리였다. 매일 부자가 산책 나가는 것을 보았었는데 바로 그 산책시간이었고 그들 부자는 늘 이야기를 하며 걸어 나가고 있었다. ‘좋아 보이네요!’ J씨가 나를 보며 웃어주었다. ‘어려워요!’ 하고 내가 대꾸를 했다. 따가운 봄볕 아래 쪼그려 앉아 있다 보니 몸이 어려웠다.
  
작업실에 돌아와서는 채색을 했다. 스케치하기가 어렵지 스케치가 된 것 위에 채색을 하기는 어렵지 않다. 엷은 채색으로도 사물의 본성을 나타낼 수 있으니 채색은 즐거운 일이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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