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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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의 오해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9.0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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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사랑이 자신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환상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사랑을 쉽게 끝내지 못한다. 자신이 원하는 사랑이 아니어도 참고 견디는 경향이 있다.

G양은 고등학교 1학년이다. 성격은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학교에서의 존재감은 매우 낮은 편이다. 어느 날 G양에게 훤칠한 남학생 C군이 다가왔다. 친구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기분이 우쭐했다. C군은 친구들이 많았지만 항상 G양을 챙겨줬고, PC방에서 함께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어느 날 C군은 G양에게 돈을 요구했다. 당황스러웠지만 지갑에 있는 돈을 모두 건네줬다. 이후에도 C군은 G양에게 돈과 몸을 요구했고, 그때마다 요구를 뿌리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소소한 말다툼이 있었다. 갑자기 C군은 G양의 팔뚝을 움켜잡고 밀치고 뺨을 때렸다. G양은 매우 고통스러웠고 힘들었지만 C군의 진심어린 사과와 다독여주는 넓은 품으로 인해 다시 C군의 용서를 받아줬다. 왜냐하면 C군이 아니면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G양은 1남 2녀 중 둘째 딸이다. 부모님은 직장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G양은 네 살 때까지 외가댁에서 성장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G양의 모든 응석을 받아줬기에 주말에 만나는 부모님과 언니는 전혀 반갑지 않았다. 그 후 남동생이 태어나자 엄마는 직장을 휴직했고, G양도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게 됐다. 항상 응석을 받아주던 외조부모와 달리 부모님은 잦은 꾸중과 통제를 했고, 언니와도 다툼이 심했다. 더구나 부모님의 관심은 남동생에게 집중되면서, G양은 눈치를 보며 조용한 아이로 성장했다. 단지 빨리 성인이 돼 부모님과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뿐이었다. 

데이트 폭력(dation violence)은 이성교제 중, 상대에게 가해지는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성적 폭력을 말한다. 데이트 폭력의 핵심은 힘을 가진 존재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워커(Walker, 2012)는 데이트 폭력 피해 여성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 PTSD)를 비롯해 심한 우울과 불안의 부정 정서를 경험할 확률이 높고, 두려움과 슬픔, 죄책감을 느끼며, 자기 자신을 비롯해 타인과 세상에 대한 비판 의식이 심화돼 낮은 자존감과 회피적인 행동이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연인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자신의 방식대로 통제하고 변화시키려는 행동과 협박의 의미가 담긴 언어적·비언어적 공격을 통해 심리적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G양은 C군에게 기대감을 가지고 연애를 시작했다. 사랑하고 싶었기에 사랑을 느끼게 해 준 C군에게 정서적인 애착과 기대감은 높았다. 어디서나 존재감이 없었던 자신을 특별하게 대해준 C군으로 인해 높은 자존감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C군의 통제와 간섭, 물질적·성적 요구에 당황하고 버거웠지만 한편으로 자신을 정말로 좋아해주는 것 같아 자꾸 마음을 돌이키다 보니 점점 더 C군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됐다. 하지만 폭력 수위가 높아지면서 슬픔 속에서 헤어졌지만,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C군의 태도에 사랑이라고 여기며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편견 중 하나가 연애는 구속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정도 서로를 구속해줘야 사랑도 깊어진다고 여긴다. 연애를 하면 상대방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의존하고 싶어진다. 지금까지 혼자서 잘 해오던 것도, 마지막 단추를 잠가주기 기다리는 심정으로 의지하고 의존하고 싶어진다. G양은 상담을 통해 데이트 폭력은 범죄임을 인식했다. 그리고 C군과의 연애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무엇을 배웠는지도 깨달았다. 더 나아가 C군과의 이별은 쉽지 않지만 혼자서 당당하게 자신의 무대 위에 설 수 있을 때 새롭게 다가올 사랑도 건강하게 가꿔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모쪼록 이런 아픔을 통해 G양이 더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명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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