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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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새〉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09.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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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27〉

폭염으로 연일 비지땀을 흘릴 때 그림방에 나오신 분은 딱 세 분이었습니다. 두 분은 먼저 나와서 기다리시고 한 분은 나중에 전화를 받고 나오셨습니다. 나중에 전화를 받고 나오신 분이 가만석 어르신입니다. ‘아저씨 빨리 오세요!’ 이송연 어르신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그만큼 가만석 어르신은 그림방에 나오시는 할머니들에게 틀림없는 할아버지로 인식된 것입니다. 

가만석 어르신이 그리신 그림은 나무입니다. 나무가 한 그루 또는 두세 그루 서 있습니다. 가지가 뻗어 있고 가지 끝에 작은 점들이 동그랗게 찍혀 있습니다. 점은 흐트러짐 없이 원을 그리며 찍혀 있어서 가지 끝에 피어난 이파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나뭇가지 끝 종이의 가장자리에 연두색을 칠하기도 하고 노랑, 주홍색을 칠하기도 하였는데 아주 작은 부분이어서 표시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그 위에 새를 그리셨는데 새 또한 가는 선으로 그려서 표시가 잘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그린 나무 그림이 넉 점인데 색깔이 모두 다릅니다. 

새로운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신 것입니다. ‘이렇게 그린 이유가 있나요?’하고 여쭈어 보니 대답이 재미있습니다. ‘재료가 부족해서’라고 하셨습니다. 모자람을 탓하지 않고 새로운 기법을 창안하신 것이 장하여 칭찬을 해드렸습니다. 재료가 부족하여 그랬다고 하시지만 가는 선과 고운 색채, 흰 종이가 어울리는 맑고 밝은 그림이었습니다.   

‘그림방에서 그리세요. 집에서만 그리시지 말고요.’ 하고 말씀을 드리니 ‘마음이 한갓지지 않다’고 하십니다. ‘조용히 혼자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릴 때 참말로 좋더라’ 고 하십니다. 화가가 다 되셨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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