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의 기록
상태바
나날의 기록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3.06.18 08: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36〉
〈사람〉 36×26㎝ 수성싸인펜.
김정희(88) 〈사람〉 36×26㎝ 수성싸인펜.

어르신들과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하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젊은이 못지않은 열성을 그림 그리기에 쏟는 어르신을 뵐 때 그렇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이어도 재능이라는 것을 가지신 어르신이 분명히 있고 남다른 흥미와 관심을 보이시는 어르신이 있습니다. 수그러들지 않은 호기심과 선명한 기억력, 세상을 따듯하고 세밀하게 보는 관찰력을 가진 어르신이 계십니다.  

홍동에서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할 때였습니다. 여덟 명의 어르신 중 연세가 가장 많은 어르신이 가장 기억력이 좋고 활달하셨습니다. 치매를 예방한다는 활동과 운동을 열심히 하셨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하셔서 한참을 더 활동 하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 어르신이 그림 두 장을 그리고 나서 석장 째 그려 오신 그림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어르신이 기르는 화초들을 그리셨는데 어찌나 열심히 관찰을 하셨는지 화초가 담긴 용기의 색깔이며 질감, 꽃의 모양과 열매, 이파리의 무늬까지를 아주 세밀하고 생생하게 묘사하셨었습니다.
 

전명자(83) 〈봄나무〉 36×26㎝ 수성싸인펜
전명자(83) 〈봄나무〉 36×26㎝ 수성싸인펜.

그 후로 어르신을 다시 뵌 것은 거의 1년이 지난 뒤였습니다. 프로그램을 계속할 수가 없어서 재능이 아까워도 어찌해 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쉬워 스케치북을 들고 찾아갔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고 후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어르신은 노환이 깊었고 치매 증상도 확연히 보이고 계셨습니다. “노인의 건강과 가을 날씨는 믿을 수가 없다” 고 하시던 어르신이 계셨는데 그 말씀이 사실이었습니다. 좋은 그림을 더 그리실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어르신들의 그림은 나날의 기록으로도 충분한 의미와 가치가 있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