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행동으로 이끌어가는 지도자이자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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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행동으로 이끌어가는 지도자이자 선구자”
  • 홍주일보
  • 승인 2023.07.2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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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게 삶의 길을 묻다 〈5〉
나의 삶, 나의 길-편기범 국제스피치학회장·너른내장학회 이사장 〈1〉

홍성 광천 출신으로 전국 스피치 웅변대회에서 1967년 대통령상 197호, 1971년 대통령상 457호, 1977년 대통령상 861호 등 대통령상(大統領賞)을 3회 수상한 웅변인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설 지도 경험이 있는, 40년 넘게 서울에서 웅변을 가르친 웅변계 대부(代父)로 불린다. 고향인 광천에서는 ‘기부계 대부’로 통한다. 법무연수원, 경찰대학, 경찰종합학교 스피치학 초빙교수, 행정안전부 인재개발원 스피치학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편기범 웅변연설집’과 ‘8주 완성 웅변 연설 비결’ ‘선거 연설의 방법과 실제’ 등 다수의 책을 집필, 책을 펴내기도 했다. 2021년 37년 만에 고향인 광천으로 귀향했다. 귀향 이후 2021년 광천중학교총동문회 체육대회 대신 연탄 나누기 봉사를 시작으로 ‘광천을 말하다’ 연사로 광천 발전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며, 광천의 75세 이상 독거노인 130여 명에게 연탄과 쌀, 떡국 등의 나눔 행사도 하면서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 지난 1979년 쌀 한 가마니가 3만 원이던 시절 광천초등학교 졸업생 10명에게 매년 장학금 50만 원씩을 후원하기 시작해 44년에 걸쳐 한 해 동안 모은 돈 30~40%씩을 떼어 66차례 7억여 원의 장학금을 기부해 오고 있다. 2000년 ‘너른내장학회’를 설립해 너른내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홍주신문의 ‘리더에게 삶의 길을 묻다’ 5번째 기획으로 ‘나의 삶, 나의 길’ 웅변 인생, 기부 인생-편기범 국제스피치학회장·너른내장학회 이사장 편을 ‘한국산문 김미원’의 글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 천천히, 크게, 또박또박, 자연스럽게 

연전에 출간한 인터뷰 에세이 《빛나는 말들》을 전하는 자리에서 소리꾼 장사익 선생은 ‘대단한 사람’이라며 고향 선배인 편기범 선생을 인터뷰어로 추천했다. 궁금한 마음을 안고 서울에서 두 시간 넘게 차를 몰아 광천까지 내리 달렸다.

선생은, 잘난 사람이 아니라 할 얘기가 없으니 제철인 새조개를 먹고 광천에 대한 얘기나 하자고 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 분명한 발음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힘이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에 웅변을 시작해 60년 넘게 말로 평생을 살았다. 말을 하고 말을 가르치며 번 돈으로 44년째 고향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전문가에게 말을 잘하는 게 어떤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말을 ‘지껄인다’와 ‘잘한다’를 구별해야 해요. 약장사처럼 쉬지 않고 한 시간을 떠들어댔는데도 남는 것이 없으면 지껄이는 것이고, 촌철살인으로 기억에 오래 남는 게 있으면 말을 잘하는 것이지요.”

이어서 말을 잘하는 네 가지 원칙이라는 ‘천천히, 크게, 또박또박, 자연스럽게’를 예를 들거나 성대모사를 해가며 재미있고도 쉽게 풀어냈다. 사람들이 말을 잘하기 위해 그에게 모여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대통령뿐 아니라 국회의원, 지자체 단체장 등 정치인들에게 연설을 가르쳤던 선생은 리더의 스피치가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모든 사람이 리더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조금 삐딱하게 말했다.

“리더는 지도층을 말하는 게 아니고 두 명만 있어도 리더가 있고 시간마다 다를 수 있어요. 리더는 어디서나 합의를 이끌어 내는 사람이에요. 또 리더는 행동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입니다. 리더는 지도자이자 선구자이며, 앞서가는 사람입니다. 사회에서 두 명만 모여도 그중 한 명은 리더가 됩니다. 나라의 지도자는 말할 것도 없고, 가정이나 학교, 마을에도 리더가 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 리더를 꼽는다면 고려 말 충신들을 이끌어 쓰러져 가는 고려를 끝까지 지킨 최영 장군과 성삼문 선생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 “최영 장군은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마땅히 황금 보기를 돌같이 보라’는 부친의 유언에 따라 평생 청렴성을 지키며 산 시대의 리더로 영원한 고려의 충신으로 남지 않았습니까. 성삼문 선생도 조선 시대 목숨을 걸고 단종 복위 합의를 이끌어 낸 사람으로 행동하는 실천력을 보여 준 리더였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홍성지역 인물의 경우, 백야 김좌진 장군 같은 경우입니다. 독립군 지도자로 활약한 백야 장군은 이미 16세에 노비문서를 없애는 일을 실천한 리더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그냥 리더가 아니라 인권과 평등을 실천하며 가정과 어머니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진정한 리더라 할 수 있습니다. 민족 해방의 선구자 만해 한용운 선사도 고집스러운 정신으로 일본인 앞에서도 민족의 독립을 얘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스님들이 따를 수 있는 사람, 바로 시대의 리더였다. 앞에서 언급한 리더의 자질을 갖췄다 하더라도 사람들을 설득하는 능력이 없으면 소용없습니다.그래서 스피치가 중요합니다. 스피치는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죽은 말이 됩니다. 심지어 조폭도 행동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리더의 스피치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리더는 말만 잘하면 안 됩니다. 정치인들 중 합의를 이끌어 내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솔선수범하는 리더가 얼마나 있는지…. 민족과 국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보이지도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정치인도 보이질 않아….” 뒷말을 흐렸다.
 

전국웅변대회 대통령상 상장.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더구나 말을 해놓고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정말로 문제야. 정치인들이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말과 행동이 따로 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리더는 항상 행동을 함께 해야 합니다. 리더는 행동으로 이끕니다.”

수많은 대중 앞에서 연설할 때 긴장되지만 희열도 있다고 했다. 대중을 설득하고 감동시키려면 내가 먼저 감동되는 얘기를 찾아야 한다고 전제한다.

“제일 흥분될 때는 클라이맥스 후에 박수 나오고 그다음 시작하기 직전, 5초 내지 7초 사이예요. 몇천 명이 침묵하며 나를 바라볼 때, 무슨 말이 나올까 기대할 때, 그때는 내가 멋지게 느껴지고(웃음), 내 말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구나, 희열을 느끼지요.” 

사자후를 토할 때가 아니라 침묵의 순간이 제일 좋다니 아이러니다. 침묵의 가치를 아는 그는 차원이 다른 연설가다.

“근데 너무 잘하려는 부담을 가지면 떨려요. 연습 안 하면 떨리고요. 나는 잠꼬대에서도 완벽하게 준비를 하지 않으면 떨립니다.” 

지도자의 스피치는 내 말을 듣는 사람이 감동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요즘은 그러한 지도자가 없다는 얘기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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