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산 명칭 유래 ‘역사왜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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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 명칭 유래 ‘역사왜곡’ 논란
  • 김영정 기자
  • 승인 2025.07.31 06:47
  • 호수 901호 (2025년 07월 24일)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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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 유래 표지석 문구 오류
지역의 정서와 역사 왜곡 우려
“잘못된 정보 조속히 수정해야”
용봉산 구룡대 입구에 설치된 표지석.

[홍주일보 홍성=김영정 기자] 홍성의 대표 명산인 용봉산의 명칭 유래를 둘러싸고, 현장에 설치된 표지석 문구가 역사 기록과 다를 뿐만 아니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구룡대 입구에 설치된 표지석에는 “조선시대에는 팔봉산, 일제시대에 홍성군 산줄기 명칭이 용봉산으로 바뀌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러나 여러 역사 자료에서 ‘용봉산’이라는 명칭이 이미 조선시대 이전부터 사용돼 왔음이 확인되고 있어, 안내문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17세기 유형원이 집필한 《동국여지지》에는 “팔봉산(八峯山)은 일명 용봉산(龍鳳山)이라 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18세기 후반 제작된 《조선팔도지도》에도 ‘용봉산’과 ‘팔봉산’ 두 이름이 병기되어 있어 조선 후기까지 두 명칭이 병용된 사실을 뒷받침한다. 

또한 1607년 홍주목사 이안눌, 1764년 홍주목사 홍양호 등이 기록한 문헌에도 ‘용봉산’이 등장해 전통 명칭으로서의 정통성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석불사 주지 범상스님은 “홍성의 조양문은 흥선대원군 시절, 봉황이 아침 햇살 속에 울면 태평성대를 연다는 의미의 ‘봉명조양(鳳鳴朝陽)’ 사자성어에서 따온 것으로, 용봉산과 조양문을 연관시켜 지역의 안녕과 태평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징성을 스토리텔링과 문화유산 해설에 적극 활용해야 함에도, 표지석에는 마치 용봉산의 이름이 일본에 의해 새롭게 지어진 것처럼 잘못 안내되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표지석에 적힌 ‘용의 몸통에 봉황의 머리’라는 설명 역시 부적절하다”며, “용봉산은 ‘용의 기운’과 ‘봉황의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뜻으로, 이 같은 상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안내문이 정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성군의회 권영식 의원도 지난 23일 열린 산림녹지과 소관 하반기 군정업무보고에서 해당 문제를 공식 지적했다. 

그는 <홍주신문>과의 통화에서 “홍성을 대표하는 명산인 용봉산의 이름이 일본에 의해 붙여졌다는 식의 설명은 역사적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독립운동의 성지라는 우리 지역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며 조속한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914년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을 계기로 ‘용봉산’이라는 명칭이 공식 행정명으로 채택된 것은 사실이나, 이는 기존에 지역사회에서 오랜 기간 관습적으로 사용되어 온 이름이 제도적으로 반영된 것에 가깝다. ‘팔봉산’은 여덟 개의 봉우리를 형상화한 자연 지형 기반의 명칭이고, ‘용봉산’은 왕권과 길상을 상징하는 용과 봉황에서 유래한 보다 상징적·정치적 의미의 이름으로, 조선 후기까지 두 명칭이 공존하며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용봉산 권역 개발을 추진 중인 홍성군이 관광 안내 표지석 및 설명문 등에서 여전히 역사적 사실과 어긋난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는 데 대한 지역사회의 비판도 거세다. 특히 1914년 일제에 의해 ‘홍주’에서 ‘홍성’으로 지명이 변경된 역사까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선경 홍성군 산림녹지과장은 “현재 해당 안내문 수정을 위해 문화유산과와 협조해 전문가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지역 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역사적으로 정확한 내용으로 조속히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안내문 오류를 넘어,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역 문화유산의 이름과 설명이 주민의 자부심과 직결되는 만큼,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설명과 정서에 부합하는 표현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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