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체감도 높일 기회… 사용처 관리·시장 안정화가 숙제
[홍주일보 홍성=한기원 기자] 홍성군의 농자재 보조사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비료·비닐·농약 등 정해진 품목을 보조하거나 현물로 공급하던 기존 지원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누적되면서, 농가가 스스로 필요한 자재를 선택해 구입할 수 있도록 돕는 ‘통합형 농자재구매 지원사업’이 대안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서로 흩어져 있던 여러 농자재 보조사업을 하나로 묶고, 농가에 일정 금액을 지역화폐 또는 특수 목적형 바우처 등의 형태로 지급해 농민 스스로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농자재를 골라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정해준 품목을 나눠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농가의 재배여건·영농시기·생산방식에 맞춘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농업계의 기대감이 크다.
한 농업인은 “혜택이 농민에게 아니라 공급업체로 흘러가고, 소농은 여전히 소외되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며 “농민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자재를 선택할 수 있어야 지원의 취지가 살아난다”고 지적했다.
통합형 농자재구매 지원사업은 전국적으로도 이제 막 확산 초기 단계에 있다. 경북 의성군이 올해 처음으로 사업을 도입해 시행에 들어갔고, 농업정책 분야에서는 이를 농자재 보조체계 전환을 실험하는 선도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홍성군은 이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타 지자체보다 한발 앞서 도입 여부와 제도 설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전국이 동시에 도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도 지역을 중심으로 성과와 문제점을 검증해 가며 확산되는 구조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지원금 사용처를 폭넓게 열어 둘 경우 목적성이 약해지고, 지나치게 제한하면 기존 방식과 달라질 것이 없다는 점에서 기준 설계가 핵심으로 꼽힌다. 특정 품목 쏠림으로 인한 가격 변동과 공급 차질, 거래질서 혼란 가능성 등 지역 농자재 유통시장 대응력 역시 사전 준비가 요구된다.
아울러 품목별 보조체계에 기반해 운영돼 온 기존 예산 구조와 단가 산정 방식도 전면 재설계가 필요해, 단순한 보조금 확대가 아니라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설계가 관건으로 지적된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 12일 열린 ‘제13회 농민의 날 기념식’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뤄졌다. 농민·행정·전문가가 참여한 토론회에서 홍성군농어업회의소(회장 이병완)는 통합형 농자재구매 지원사업을 주제로 정책 제안 발표회를 열고, 농업정책 전환의 필요성과 제도 설계 방향을 공유했다.
현장에서는 농업환경 변화와 농가별 특성이 확대되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조사업의 효율성과 현장 체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초기부터 농민이 ‘바뀌니까 확실히 좋아졌다’고 체감해야 제도가 자리 잡을 수 있다”며 “행정 편의보다 현장 효능감을 우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통합형 농자재구매 지원사업은 단숨에 결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라기보다, 설계와 운영 과정이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농업계에서는 “파일럿 도입을 통한 보완과 확대 시행이 안정적 정착의 길”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으며, 행정과 농민의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정책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정책의 핵심은 지원액 규모가 아니라 농민이 체감하는 실효성에 있다는 점에서, 통합형 사업이 홍성 농업 행정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