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대전·충남 행정통합, 왜 지금 다시 거론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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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대전·충남 행정통합, 왜 지금 다시 거론되나
  • 한기원 기자
  • 승인 2026.01.01 06:45
  • 호수 923호 (2026년 01월 01일)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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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야 ‘속도전’에 대전·충남 통합 논의 급물살
주민공감·공론화 충분했는지 놓고 논란은 이어져

[홍주일보 한기원 기자]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의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방소멸 대응과 광역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통합 구상은 정부의 적극적 추진 의지와 여야 정치권의 공감대 속에 ‘현실화 단계’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반면 통합의 당사자인 주민들 사이에서는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 “통합 이후 무엇이 달라지는가”에 대한 설명과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는지를 두고 의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대전·충남 통합은 특별법 제정을 전제로 논의가 진행 중이며, 내년 초 국회 처리를 목표로 한 시간표까지 거론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통합특별시 출범을 전제로 관계 부처와 특례 제공 방안을 논의하는 범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여야 모두 통합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보다는 ‘조건부 추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행정 효율’이라는 명분, 체감 설계는 미완
행정통합은 인구 감소로 낭비되는 행정력을 줄이고 광역 단위의 정책 역량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대전·충남 통합 논의는 이러한 원론적 명분을 넘어, 주민의 일상과 지역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아직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법 개정 △주민 의견 수렴 △행정 조직 재편이라는 복합적인 절차를 단기간에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통합 논의가 속도에 치중할 경우, 선언적 구호에 머물거나 이후 행정 혼란과 지역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남이 우려하는 ‘재집중’의 가능성
충남 지역에서 제기되는 가장 큰 우려는 통합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인프라의 재집중 문제다. 대학과 기업, 일자리, 상권 등 기존 경쟁력을 갖춘 대전으로 자원이 다시 쏠릴 경우, 충남은 행정구역상 통합됐을 뿐 실질적 발전 동력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통합 시청의 위치와 주요 공공기관 배치, 광역 재정 배분 구조, 개발 축 설정 등은 충남 주민들에게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지역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명확한 기준과 균형 장치가 제시되지 않는 한 통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전 역시 ‘통합의 실익’을 따져야
시각을 바꿔보면 대전 역시 통합 논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충남과의 통합이 대전에 어떤 추가적 이익을 가져오는지, 기존 광역시 체제와 비교해 무엇이 더 나아지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행정 규모 확대만으로 경쟁력이 자동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역 행정의 복잡성 증가, 정책 우선순위 조정 문제, 재정 부담 구조 변화 등 새로운 과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전 입장에서도 통합의 실익을 구체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홍성·예산 통합과는 ‘다른 결’의 문제
대전·충남 통합 논의가 다시 불붙으면서, 한동안 추진 동력을 잃었던 홍성·예산 행정통합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두 사안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홍성·예산 통합은 국가 차원의 광역 전략보다는 공동생활권과 지역 정체성, 행정서비스 효율을 중심으로 한 기초자치단체 통합의 문제에 가깝다. 주민 체감과 합의가 핵심인 사안을 외부 이슈에 편승해 추진할 경우, 오히려 과거 갈등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행정통합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대전·충남 통합이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선택이 되기 위해서는 속도보다 숙의가, 정치적 구호보다 구체적 설계가 먼저라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통합을 말하기에 앞서,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그리고 누구를 위한 통합인지를 묻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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