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나오는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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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나오는 5월
  • 유요열<새홍성교회 담임목사·칼럼위원>
  • 승인 2013.05.25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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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신앙, 목사 집안에서 나름 곱게 자란 나다. 그래서 욕은, 어릴 때는 아예 알지도 못했고, 지금도 안한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시원하게 욕을 내뱉지 못하고 고작 '나쁜 사람' 정도. 그런데 요즘 '×새끼들'이란 말을 불쑥불쑥 내뱉곤 한다.

'경매에 들어선 홍어?' 처음엔 정말 무슨 말인지 몰랐다. 기사를 살펴보니, 1980년 5월 광주 전남도청 관에 안치된 희생자들의 사진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 출처를 보니, 소위 보수성향(이런 게 보수인가! 한국의 보수가 정말 이런 것인가! 에이, 정말 욕 나온다) 인터넷 사이트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게시판이었다. '생선저장소, 홍어에 대해서 알아보자'는 제목 밑에, 5·18 관련 사진을 갖고 온갖 장난질과 막말이 난무했다. 앞의 그 사진에는 '홍어는 살아있는 채로도 먹지만 삭혀먹는 게 유명하다'라는 설명까지. (그 놈은 이 글로 유명해졌다고 좋아할 변태가 틀림없기에 인용은 여기까지) 5·18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일베에 올라온 글은 모두 1만7000여건으로, 5·18을 '폭동', 희생자를 '홍어'로 비유한 글들이 대부분라고 한다.

인터넷은 그렇다 치고, 종편방송은 또 어떤가! 직접 보진 못했지만(볼 이유도 없지만), 비슷한 시기에 종편 TV조선과 채널A에서 5·18 북한군 개입설이 나온 모양이다. 예를 들면,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란 프로에서 북한 특수부대 장교 출신이라는 임천용 자유북한군인연합 대표가 출연해 5·18 당시 "600명 규모의 북한 1개 대대가 광주에 침투했고,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시민군이 아니라 북한에서 내려온 게릴라"라고 했다는 것이다. (야, 이건 정말 창조적이다) (수사에도, 재판에도, 청문회에도 없었던 이 엄청난 주장을 왜 그냥 두는가? 구체적 증인까지 나왔는데 빨리 체포해서 5·18에 대해 전면 재수사해야지! 무책임한 인터넷도 찌라시도 아닌 종편이 방송한 것인데 이렇게 개무시하면 안되지!) 그런데 발포 명령을 내렸던 사람들은 왜 말이 없지? 이번 기회에, 내가 북한군에 발포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한번 나서 보시지. 제발!

'×새끼들' 얘기에, 가까이 물 건너에서 활개 치는 놈들을 빼놓을 수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 4~5월에 펼쳐진 망언만 살펴보기도 숨 가쁘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마땅한 도리이다'(이건 2차 세계대전도 모르고 이후 진행된 도쿄 전범 재판도 모르는 무식한 소린데. 일국의 총리란 작자가 ㅉㅉ)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 국가 관계에서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사전 찾아 볼 능력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지 뭔지. 국제 관계 어느 쪽에서 보나 니네들이 한 그 짓이 바로 침략이야) '전장에서 위안부 제도 필요하다, 왜 일본군 위안부만 문제 되나' '일본에는 한국인 매춘부가 우글우글하다'(정말 이 할 말 없다. 완전히 '×새끼들'이다)

그 놈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고, 뭐가 통해도 통한다. 그 놈들은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말도 막 할 수 있다. 왜? ×니까. 그리고 그 놈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존재한다. 문제는 그들을 대하는 그 사회의 분위기이다. ×새끼를 ×새끼 취급하는 사회면 괜찮다. 그러나 그 놈들의 말에 맞장구 쳐주고, 그 놈들의 논리에 휩쓸리는 사회라면 희망이 없다. 아베가 미친 말을 하니까, 일본에서 지지율이 70%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올라갔다고 한다. 이렇게 미친 말로 인기를 얻고, 미친 말에 집단 최면 걸리는 나라, 망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가? 미친 말에 대해 꾸짖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이라고나 할까, 아직 희망이 있다고나 할까! 그런데 국정원 안보특강에 일베 일부 회원을 초청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미친 짓을 꾸짖으려 부른 것이 아니고, 격려하고 기념품까지 주려고 한다는 말이다.(이런, 젠장) 꽃의 5월, 가정의 5월, 숭고한 희생의 5월에 자꾸 욕만 나오니 이 노릇을 어찌할꼬! 그나저나 만약 다른 대통령이 나왔어도 이런 미친 일이 벌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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