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우경화, 그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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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우경화, 그 끝은?
  • 김상구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3.08.29 19:2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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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일본의 우경화가 갈수록 노골화 되어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전쟁을 일으킨 전범들을 ‘호국영령’이라 부르며 제국주의를 향한 속내를 드러냈다. 동남아 침략을 통해 서양 제국주의 흉내를 내보려고 했던 일본은 이웃국가들에게 아물지 않는 상처를 주었건만 반성은 커녕 ‘아, 옛날이여!’를 다시 부르짖고 있다. 과거 뿐아니라 지금도 독도, 위안부 문제 등으로 끝없는 마찰을 일으키더니 이제는 한국 사람들이 민도(民度)가 낮다고 노골적 망언을 내뱉고 있다. 나치와 같은 방법으로, 헌법을 고칠 것 없이 몰래 군대를 갖자는 아소 다로(麻生太郞)식의 ‘민도 낮은’ 일본 우경화는 군사대국화의 길을 가는 것이며 그 끝은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를 다시 그들의 손아귀에 넣는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 옆에 있다는 이유로 지난 1000년 이상 왜구(倭寇)들의 침략대상이 되었고 노략질을 생업으로 하는 그들의 포악함에 조선인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일으켰고 명치유신을 통해 쇼군시대를 마감한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을 강제점령했다. 2차세계대전에 패망한 일본은 6.25전쟁을 통해 경제를 부활할 기회를 얻었고 그 이후에도 우리나라와의 무역에서 늘 흑자를 내고 있다. 우리처럼 제국주의적 성향의 국가에 인접하여 ‘타자(他者)’ 로서 고통을 겪어온 나라가 대영제국 옆에 있는 아일랜드가 아닌가 싶다.

영국으로부터 750년간 지배를 받아온 아일랜드는 1922년에 독립을 하였지만 아직도 분단국가다. 작은 섬의 윗부분은 종교적인 이유로 영국의 영토로 남아있지만 너무 오랫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다보니 영국인의 피가 섞여 누가 진정 아일랜드인인가 하는 정체성의 문제도 한몫했다. 영국 사람들은 아일랜드 사람들을 ‘타자화(他者化)’하여 영국 사람들 보다 2%이상 덜 된 사람쯤으로 깔보았다. 영국 사람들이 보기에 아일랜드 사람들은 ‘하얀 침팬지’나 ‘하얀 검둥이’같은 존재였다. ‘아일랜드 사람들과 협상하는 것은 포크로 수은을 집으려는 것과 같다’라는 영국 수상 로이드 조지(David Lloyd George)의 유명한 비웃음은 영국인이 아일랜드 사람들을 보는 대표적 시선이라 할 수 있다.

일본사람들이 조선인을 보는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2차세계대전 후 동경대학의 총장을 지낸 야나이하라 타다오(矢內原忠雄)는 ‘조선은 우리나라의 아일랜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일본인의 양심’이라는 이 사람의 말 속에도 조선 사람은 일본사람보다 민도가 떨어진다라는 일본인의 정서가 녹아 있다. 일본 강점기에 조선인은 ‘두발로 서서 걷는 원숭이’이거나 ‘옷 잘 입은 아이누’정도의 취급을 당했다. 영국인과 일본인이 바라본 아일랜드와 조선의 민족성은 그들의 민족성이 ‘투사(投射)되어 나타난 굴절된 이미지’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가난하고 힘 없는 나라는 이웃한 강한나라의 조롱거리가 되거나 침략의 대상일 뿐이었다. 다행히도 인간 침팬지 취급을 당했던 아일랜드는 1990년대에 들어서 일인당 국민소득이 영국을 앞질렀고, 제임스 조이스나 예이츠같은 20세기 영문학의 최고봉은 아일랜드 출신들이었다.

일본은 내부 국면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우리나라를 침략했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역사가 비슷하게 반복된다고 할 때 일본의 우경화에 대비하여 우리는 지금 어떠한 대비를 하고 있는가? 아직도 남북이 둘로 갈라져 냉전시대를 극복하지 못했고 일부 정치인은 먹고 살 미래보다는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길거리에서 으르렁대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 교수였던 페어 뱅크(Jhon King Fairbank)는 ‘동양문화사’에서 ‘조선의 문이 열렸을 때 월남만큼도 준비가 안 된 이 은자(隱者)의 나라는 처음부터 당황하고 있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해방 68년을 맞이했지만 일본의 군국주의는 부활하고 있고 우리는 다시 당황하고 있다. 이해하기에는 너무 멀고 무시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일본이 군사대국화의 길을 나서고 있다. 일본은 추한 과거를 기억하고 싶지 않겠지만 동남아는 그것을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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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산 2013-09-02 17:45:12
그들과 대적할 만합니다. 그들이 대륙 중심의 보편주의에 편입되지 않기 위해서 몸부림쳤던 것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둑질하는 수법을 알고 있어야 도둑을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자들이 부지런히 공부해서 그들의 지략을 손바닥보듯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좋은 글로 일깨워주신 것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반산 2013-09-02 17:40:55
지금은 그 수를 주위에서 읽고 있는 것이 과거와 다른 면입니다. 우리도 빨리 그 수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섬 사람들은 독 안에 쥐입니다. 그 섬에 빠져나갈 수 없는 것이 그들의 운명입니다. 그들은 살기 위해서 별 짓을 다할 각오로 일을 벌입니다. 그러나 도망갈 곳이 천지인 대륙 사람들은 멍하니 있다가 당하는 것이 과거 역사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인공위성으로 그 정보를 쏘고 있어서

반산 2013-09-02 17:37:00
시대를 일깨워주시는 글로 길을 밝혀주시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일본인들, 보통내기들이 아닙니다. 그 분들이 하는 모든 행위는 대부분 전략적입니다. 그들은 오랜 동안 내전을 겪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사고와 행태가 매우 뛰어난 지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베노믹스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엔 일본의 지략을 가늠하지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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