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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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52 >
  • 한지윤
  • 승인 2014.04.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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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연탄가스를 마셨나? 교통사고라도 난 게 아닐까?’
온갖 불길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진영의 눈이 반짝 빛났으나 들어선 사람을 보고는 고개가 수그러졌다.
강선생이 출석부와 책을 들고 무거운 표정으로 들어섰다.
“차렷, 경례.”
아이들의 인사에 묵묵히 고개만 숙여보인 강선생은 웃으며 몇 마디씩 건네오던 보통때와는 달리 곧바로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김명진”
“네.”
“남중현”
“네.”
....
“이소연”
“네.”
“양수미”
“...”
“양수미”
“안 왔어요.”
대신 대답하는 은희의 목소리에 강선생은 고개를 들어 수미의 빈자리를 잠깐 쳐다보고는 계속해서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수미에게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인데 누구 수미네 집 아는 사람?”
출석을 다 부른 강선생이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강선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형식적인 말 몇 마디를 건네고는 서둘러 교실을 나가버렸다.
아이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진영의 귀에 들어왔다.
“오늘 이상한 날이지. 결석은커녕 지각 한 번 안하던 수미가 결석하지 않나. 담임 얼굴이 벌레 씹은 표정이질 않나.”
“그러게 말야”
“야..”
지영은 등을 쿡 찌르는 느낌에 뒤를 돌아다보았다. 현우의 걱정스런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수미한테 무슨 일이 있나본데. 어떡하냐?”
진영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아무말 없이 다시 고개를 앞쪽으로 돌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이라도 알아두는 건데..’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너무 걱정마. 내일 나오겠지 뭐.”
위로하는 현우의 말이 등뒤에서 들려왔다. 진영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내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나타나 똑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를 채워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진영의 마음은 웬지 모르게 자꾸 초조해졌다. 마치 다시는 못볼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엄슴해오는 것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청소를 마친 후 현우는 진영을 따라 1학년 교실로 향했다. 일찌감치 끝난 그곳은 잘 정돈되어 있었고 쥐죽은 듯 조용했다.
현우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으며 자리에 앉았다. 진영 역시 어색한 듯 영어책을 펴들었다. 현우도 가방에서 책을 꺼내들었다.
“영어는 그야말로 노력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특히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하는데, 우리가 늘상 쓰는 언어가 아니라서 달달 외우는 수밖에 없지.”
진영은 이야길 하면서 현우를 쳐다보았다. 묵묵히 듣고 있는 폼이 꽤나 진지해보여 저절로 웃음이 떠올랐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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