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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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
  • 한지윤
  • 승인 2014.07.1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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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 아침.
재잘재잘 낄낄 깔깔대는 소리로부터 재빨리 벗어난 신중은 교문 안으로 급커브를 꺾어 시멘트 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 때문에 등교하는 학생이 별로 없었다. 부지런한 학구파 학생들이 몇 명씩 보일 뿐 교정은 비교적 한산했다. 신중은 언제나 다른 학생들 보다 일찍 등교하는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부러워할 만한 치마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곳이 바로 신중이 다니는 S고등학교다. 서울에서도 노른자위로 어느 날 갑자기 부상, 수돗물조차 질(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촉각이나 오해가 없겠는데)좋은 것을 마시거나 최소한 초정리 생수를 마시며 사는 도시에서도 단연 꼽히는 명문 중의 명문 사립학교다.

 신중을 그 학교에 넣기 위해 부모의 주민등록이 세 번이나 옮겨지는 거창한 절차를 밟았다. 최초에는 위장전입이라는 이유 하나로 요소요소에 두둑한 촌지나 양주파티를 수없이 개최하는 열성도 과시했다. 어쨌든 신중은 교문 뒤에 숨어서 몰래 바깥쪽의 동정에 레이더의 감지기능을 곤두세웠다. 문제의 여학생들은 뭔지 계속 재잘재잘 거리며 그 앞을 지나쳐 가던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는 중이었다. 대체 그런 여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는 어딘지 싶었는데 그 의문은 이내 풀렸다. 동시에 그것은 전혀 평범한 일인데도 아주 특별한 사실처럼 뇌리를 때렸다. 신중에 다니는 S고교와 멀지 않은 곳에 K여고가 있었다.

개교기념일이 아직 다섯 손가락에도 미치지 않는 학교였는데, 유별나게 정책을 수립해서 밀어붙이기로는 벌써 서울 일대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서울시내의 학교로부터 유명한 교사들을 막대한 뒷거래로 스카우트해 왔고, 덕분에 실력 있는 명문교로 떠오른 문제가 많은 학교였다. 소문에 의하면 재단이 어느 재벌이라고 했다. 저 높은 곳에서도 감히 어쩌지 못한다는 소문을 귀가 있는 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다 듣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학교시설도 최신식 최고급이었고, 거기다 선생님들이 황금멤버고 보니 갖출 건 지나치도록 다 갖춘 셈이다. 개교와 더불어 어느새 신생명문교로 소문이 쫘아악 퍼진 이른 바 대한민국에 딸 가진 부모라면 바지와 치마 걷어붙이며 무릎으로 기어 들어가고파 하는 그런 학교다. 문제 많은 여학생들의 모습이 저쪽으로 멀어지는 중이었다.

신중은 비로소 용기를 내어 교문 기둥으로부터 앞으로 나섰다. 아직은 사물의 미세한 부분까지 식별 가능한 지점에서 그네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잠깐 서서 유심히 그 뒷모습들을 바라보았다. 문득, 이건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 갑니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찢어진 우산, 커다란 우산, 뚱뚱한 우산, 깡마른 우산이다 싶어 호기심이 발동했다. 특히 하마를 연상시켜 주는 여학생의 위대한 모습이 더욱 장관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위와 아래가 없다. 도무지 구분할 수 없다. 어깨에서 시작해서 엉덩이까지가 한 통이라고 해야 될 만큼 믿음직스럽게 굵었다. 글쎄, 그걸 굵다고 할 수 있을까? 그 보단 백 년쯤 묻은 은행나무의 밑 둥이 저 정도겠지 할 정도였다.
그것뿐이 아니다. 그 인간 드럼통이 가장 수다스럽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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