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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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40>
  • 한지윤
  • 승인 2015.04.27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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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몸으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양기가 온통 입으로 발산시키듯이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여고생(오해 없기를 삼가 빌겠는데)둘이 대부분인 게 바로 여학교 앞의 풍경이다.
어떤 경우 현재의 광경을 목격하기라도 한다치면,
"얘, 있잖아. 2학년 3반의 수연이 하고 보자가 글쎄 교문 앞에서 어떤 남학생들과 어쩌구 저쩌구……"
해가며 호들갑스럽게 지껄여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소문이란 입에서 입으로 건너갈 때마다 늘어나는 눈덩이와 같이 내용이 증폭되기 마련이다. 방귀에서 시작한 말이 어느덧 똥싼 걸로 불어난다. 우연히 어느 처녀의 허벅지를 훔쳐본 것이 몇 입 거치다 보면 엉딩이 봤다 혹은 보자의 자자에서 한 획 뺀 거 봤다는 식이 되지 않는가.
그 이치를 옛날 옛적 전설의 고향 식으로 다시 나타내 보자. 다음에 나열해 놓는 것은 대화자들의 순서에 따라 그 내용이 불어나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난 앞마을 김부자집 딸이 발씻을 때 예쁘고 통통한 발을 봤다네."
"아무개가 김부자집 딸의 정갱이를 봤다는 거야."
"글쎄 김부자네 과년한 딸의 무릎을 봤다지 뭔가."
"……(생략하고) 그 처녀의 허벅다리가 허여멀겋고 기막히더래."
"……(역시 생략하고) 글쎄 처녀의 은밀한 곳에 거웃이 얼마나 무성하게 났는지 모른다니 이게 어디 보통 일인가?"
심지어 갈 데까지 가다 보면,
"글쎄 세상에 이런 기막힌 일이 어디 또 있겠나? 아무개가 김부자집 과년한 처녀의 배꼽 밑을 보다가 반해서 덥썩 만져 봤더니 글쎄……" 하는 식으로 불어나는 게 바로 소문이고 입방아인 것이다. (이건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보자가 다시 나섰다.
브라운관에서 강부자가 그럴 때와 상당히 비슷한 모습으로,
"이거 봐요, 대체 왜들 이러는 거예요? 자꾸 이러면 당장 소리쳐서 선생님을……"
하고 계속하려는 것을 수연이 얼른 가로막았다.
"가만 좀 있어 봐."
수연은 얼른 손바닥으로 몸집에 비해 제법 요염기가 풍기는 보자의 입술을 막았다. 그 광경은 영화에서 수연과 같은 이름의 여배우가 사내한테 대들려는 무슨 여배우의 입을 틀어막는 광경과 흡사햇다.
"가만있어, 수연아."
"네가 비켜, 보자야."
두 여학생이 서로 친구의 이름을 그렇게 공개했다. 신중이와 호동이는 천재성을 동원해서 그 이름을 각자 기억속에 입력시켰다. 결코 놓칠 수 없는 핵심적인 정보 가운데 역시 으뜸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보자에 비해 수연은 확실히 당찬 계집애였다. 어느덧 안정되고 여유있는 표정이 되더니 신중이 쪽도 가만히 바라보며 야멸차게 말했다.
"헛된 꿈일수록 빨리 깨어나는 게 현명할 거예요. 이렇게 불쑥 나타나서 지나가는 여학생의 앞을 가로막아도 된다고 생각하나요?"
그 순간.
갑자기 수연이 입을 닫았다. 신중이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이다. 어떤 극과 극이 부딪치며 번쩍하는 현상이 일어난 상태와 비슷했다. 어디서 보았는데 싶은 생각이 그 순간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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