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이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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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이제 현실이다
  • 강국주(녹색당·칼럼위원)
  • 승인 2015.07.1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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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 기본소득? 낯선 말이고 낯선 제도다. 하지만 우리는 벌써 이 제도를 경험하고 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을 기초연금으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게 바로 기본소득의 한 사례인 것이다. 물론 그 공약은 ‘모든 노인’이 아니라 ‘70% 노인’으로 축소됐고, 그 때문에 ‘노인기본소득’이라기보다는 ‘노인복지제도’로 변질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배당’ 형식의 소득을 지급하는 것을 기본소득(혹은 주민배당)이라 한다면, 이를 한국 사회에서 선도적으로 실천한 이는 박근혜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성장의 정체와 소비의 위축은 전 세계적 양상이 되었다. 이에 따라 부는 더욱 양극화되고 인간적 삶의 최소한의 터전조차 잃어버린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달 50만 원 정도라도 기본적인 월급(배당)이 나온다면 어떨까. 빈곤층이 생계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 비극적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최대 빈곤층을 형성하는 노인 역시 훨씬 안정적인 생활의 방편을 얻을 수 있을 터이고, 농민들 역시 지금보다는 훨씬 안정적으로 농업에 종사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들 역시 생존 경쟁에 내몰리기보다는 자기에게 적합한 일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인간적 존엄과 경제적 불평등을 감내하면서까지 비정규직 일자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재의 노동자들 역시 보다 양질의 노동 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질 것이므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도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장점 때문에 서구에서는 오래 전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이 있어 왔다. 에리히 프롬이나 버트란트 러셀, 그리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대표적인 인사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미드, 밀턴 프리드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제임스 토빈 등도 역시 기본소득을 역설한 인물이다. 재미있는 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들이 하나의 이념(좌파 혹은 우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파 중에서도 기본소득 지지자가 있는가 하면 좌파 중에서도 있다. 물론 우파 중에서도 반대하는 이가 있고 좌파 중에서도 그렇다. 그만큼 기본소득은 이념 논쟁에서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 우리나라 역시 그렇다. 현재 성남시에서는 청년기본소득을 실시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한다. 성남시에 거주하는 모든 청년들에게 일정 금액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노인기본소득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에 관한 한 이념에 의한 호불호(好不好)는 없어 보인다.

미국의 알래스카주는 오래 전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해오고 있다. 알래스카 주의 기본소득은 알래스카 주민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권리로 인정되고 있다. 기본소득이 종래의 복지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은 시민이면 누구나 누릴 권리라는 인식이다. 복지의 대상자는 왠지 시혜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기본소득은 이런 개념 자체에서 자유롭다. 현재의 복지제도는 수급자를 선정하는 데 더 많은 예산이 지출되는 반면, 기본소득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말 그대로 청년이라면 누구나, 노인이라면 누구나, 주민이라면 누구나에게 지급해야만 하는 것이 기본소득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보편적인 기본소득이 실현된다면, 현행 복지제도의 문제점은 일거에 사라진다. 그냥 통장을 개설해서 시민 모두에게 일정액을 계좌이체 시키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국가 단위가 아니어도 좋다. 충남도 부설 충남연구원에서 ‘충남형 농촌 기본소득’을 전략 과제로 연구 중이라고 들었다. 박근혜 정부가 시도한 노인기본소득, 성남시에서 시도하려는 청년기본소득, 그리고 충남에서 연구 중인 농촌기본소득, 이런 다양한 기본소득의 실험들이 한데 모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본소득을 지급받고 그를 통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투표할 권리를 갖는 것처럼, 기본소득도 머지않아 시민 누구나가 누리는 권리로 인식될 날이 올 것이다. 홍성군에서도 이런 시도와 실험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홍성군민에게 기본소득을! 의지만 있으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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