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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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5>
  • 한지윤
  • 승인 2015.11.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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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 앙칼지게 소리쳤다. 주방에서 오징어튀김을 뒤집고 있던 주인 여자가 놀라서 바라볼 정도였다.
“깜짝야, 애떨어지겠네. 넌 지금 내가 6개월이라는 것도 모르니? 자, 이 배를 좀 봐.”
보자는 내친 김에 수연이의 기분을 풀어보려는 듯이 않은 채 배를 뚝 내밀어 보이기까지 했다.
수연은 웃지 않았다. 웬만하면 기집애 같으니, 하면서 피식 웃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보자는 한 술 더떠서 밀어붙이기로 했다.
“넌 모를 거야, 잘못되면 우리 그이의 실망이 얼마나 클지.”
“!……”
“우리 그인 1대 독자야. 아이 만들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니. 일년이 넘도록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노력하며 땀뺀 끝에 겨우 얻은 거야.”
“……”
보자는 수연의 안색을 살피며 계속했다.
“탐스런 고추달린 아이 하나만 낳아 주면 날 엘리자베스 테일러 브룩쉴즈보다 더 대우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이걸 어쩌지?”
수연이를 웃기려는 보자의 노력은 눈물겹도록 필사적이었다.
“아아, 아랫배가 땡기는 것 같애. 출혈이 있나 봐. 너 내 아래 좀 봐 주겠니, 급한데? 길가는 남자한테 아래를 벌리고 보아달랠 수도 없고……”
보자는 두 손으로 아랫배를 감싸더니 정말 뭘 보여 주려는 듯이 무릎을 쫘악 벌리면서 입고 있는 모직바지의 앞지퍼를 내리려 했다. 수연이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지는 듯 했다.
보자는 이 때다 싶어 결정적인 능청펀치를 먹였다.
“예. 애가 거꾸로 나오려나 봐. 빨리 네가 손을 넣어서 바로잡아줘, 급해!”
그쯤 되고 보면.
수연이의 분노가 무쇠라도 녹아내릴 수 밖에 없었다. 보자가 실제로 바지 앞지퍼를 반쯤 내리고 핑크빛 속옷이 보이자 수연은 더 버티지 못하며 피식 웃었다.그리고 한 마디 던졌다.
“기집애 같으니, 더 내리고 팬티까지 벗지 그래?”
“오메메! 내 거라고 네것과 다르겠니? 똑같은 거 달고 있으면서 엉큼떨지 마라.”
수연이 다시 노려보았지만 보자는 이미 파악했다.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고 있음이 분명한 수연이었던 것이다. 이윽고 보자는 때가 됐다는 듯이 옷을 제대로 입으면서 불만스러운 말투를 꺼냈다.
“너 대체 왜 그래? 우리 사이에 이런식으로밖에 대화를 할 수 없단 말이니?”
“앙큼떨지마, 기집애야.”
“기집애 기집애 하지마, 기집애야. 네가 기집애면 나도 기집애고 내가 계집애면 너도 계집애야. 뭐 달린 사내들만 같은 줄 아니?”
수연이의 얼굴에 또 미소가 나타나기 직전이었다.
“우린 이미 약속했잖아.”
“?……”
“이번에 내가 당 총재하고 넌 출마하고 다음엔 네가 당수하고 내가 입후보 하기로 말야. 누가 대권을 잡든 우린 공평하게 나누어 먹기로 약속한 걸 잊엇니? 난 호메이니처럼 되고 싶은 욕망은 없어.”
“무슨 뚱딴지야?”
드디어 수연이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뚱딴지? 그것도 먹는 거니? 나 배고프다, 얘. 어쩜 먹으란 말 한 마디 없니?”
“못말린다니까. 계집앤!”
“또 계집애?”<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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