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여자라고 만만하게 보지마라!
상태바
현장출동! 여자라고 만만하게 보지마라!
  • 장나현 기자
  • 승인 2015.12.31 16: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이 이끄는 사회-5
여성의 섬세함으로 남성에 도전한다-오관지구대 임상미 순경
▲ 오관지구대 임상미 순경이 경례를 하고 있다.

“충성! 홍성의 치안은 임상미가 책임지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경찰관의 꿈을 이룬 오관지구대의 여경을 만나봤다. 보령시 남포면에서 나고 자란 임상미(28)순경은 지난 4월 오관지구대에 부임해서 새내기로 활약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고무줄 놀이 대신 남자 아이들과 몸으로 하는 공놀이를 좋아했고 산으로 들로 뛰어다녔다는 임 순경은 아버지로부터 “늘 씩씩하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경찰이 되기까지의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은 그녀의 부모님이다. 지하수개발 일을 하는 인자한 임 순경의 아버지는 한 여름 땡볕에서나 한 겨울 한파에도 현장에 있으며 성실을 깨우쳐주었고, 엄격하지만 격려를 아끼지 않은 어머니는 경찰에 합격했을 때 “우리 딸 해낼 줄 알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부모님의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자란 임 순경은 이제는 사회에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홍성주민들에게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임 순경의 신고식은 길에서 자고 있는 주취자를 깨워 무사 귀가시키는 일이었다. 먼저 잠을 깨게 하기 위해 여러 질문을 던지던 중 눈을 뜬 주취자가 “왜 집을 물어보느냐” 며 욕설을 하며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처음 주어진 임무라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응하여 주민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임 순경은 첫 임무을 회상하며 씩씩하게 말했다. “지금은 서투르지만 시간이 지나서 현장 경력이 쌓이면 노련미 있게 훨씬 대응을 잘 할 것입니다.”

근무를 하면서 여자라서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한다. 현장에 출동하면 임 순경과 대화 자체를 하려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으려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에 대해 ‘여자 순경’이 아닌 ‘순경’으로 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또한 여성이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어머니들이 피해자이지만 대부분이 주눅들어있다고 한다. “여성들이 좀 더 당당하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물어보자 최근 야간근무를 서던 날을 떠올렸다. 지난달 어느 날 새벽 1시에 구항에서 신고가 들어왔다. 추위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는데 80대 할아버지가 내복만 입고 길가를 헤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에 출동해보니 사시나무 떨 듯 떠는 할아버지는 이름 석 자만 기억할 뿐 집이 어딘지 가족이 누군지 기억하지 못했다. 임 순경은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 할아버지를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다. 주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길가 집과 아파트가 집이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수소문해도 할아버지 집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는 아파트 2층 문 앞에 서자 할아버지가 본인의 집이라고 기억해냈다. 임 순경의 부지런한 대처로 치매로 고생중인 혼자 생활하는 할아버지를 2시간 만에 무사히 귀가시킬 수 있었다. 

2016년이 밝았다. 임 순경은 “운동을 열심히 해서 체력을 뒷받침해 누가 봐도 든든한 경찰관의 모습으로 변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어 “새해에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수줍게 덧붙였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멋진 여경이지만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은 평범한 20대다. ‘정직하게 살자’는 생활 신조를 갖고 있는 임 순경이 새해에 바라는 일 모두 이루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