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이 무서운 이유?
상태바
악의 평범성이 무서운 이유?
  • 윤해경<풀무생협 이사·주민기자>
  • 승인 2016.11.14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년 11월 14일 서울 광화문에는 약14만명의 민중들이 모여 ‘민중총궐기’ 집회가 있었다. 국정교과서 반대, 노동악법 반대, 21만원 쌀값대선공약 이행촉구 등 각계각층 민중들의 요구를 한자리에서 외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외침을 듣기는커녕 정부와 경찰은 차벽과 물대포로 대응했고 급기야 전남 보성의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직사로 살수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일 동안 단 한 번의 사과도 책임자 처벌도 없었다.

더구나 모든 의학계가 ‘외인사’가 분명하다 함에도 불구하고 주치의는 ‘병사’라 사망진단을 하고 살인의 당사자인 경찰이 부검을 하겠다고 영장까지 신청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은 한 술 더 떠서 유족까지 모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얼마전에는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려던 농민들이 정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하고자 했으나 한남대교 북단과 남단을 막고 여성 농민들의 옷까지 벗기며 마치 물건처럼 연행하는가 하면 법적인 근거도 없이 트럭에 쌀을 실었다고 통행을 막는 범법행위를 자행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이후에 국가 공권력의 모습 그리고 최근 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소름이 끼치는 이유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공포이다. 악의 평범성이란 수용소와 같은 공간 안에서 상명하복의 질서만을 중히 여겨 악행에 대한 명령을 그 구성원이 아무런 양심의 거리낌도 없이 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나찌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해 수만명의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독일 전범 하이젠의 재판이 있은 후 처음 나온 말이다.

재판에서 본 하이젠은 악마의 전형이 아닌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고 심지어 자상한 아빠요, 다정한 남편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재판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공무원으로서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직무에 충실한 것이 왜 죄입니까? 저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이 법정 증언에 왜 현재의 대한민국 경찰과 공무원들이 오버랩 되는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2015년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을 직사 살수로 살인한 경찰 중 한명인 홍성경찰서 최윤석은 아마 명령에 따랐고 직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밝혀지고 있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미르, K재단에 불평하며 돈을 받친 재벌들이나 최순실에게 국가비밀문서를 바치고 재단들의 신청서를 출장까지 가서 받아와 하루만에 승인 절차를 마친 공무원들, 일본 아베의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망발에 앵무새와 같이 같은 말만 반복한 외교부 공무원 등 마치 대한민국이 거대한 수용소와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들은 너무나 많다. 이들의 행동에 단죄가 시작되면 아마 ‘명령에 따랐을 뿐이고 나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들이 너무나 공포스럽다. 국민들을 개, 돼지로 보는 악행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악의 평범성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상부의 지시가 있더라도 현장에서는 옳고 그름을 항상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명령권자나 명령을 수행한 자 모두 악행을 하는 것이며 역사의 단죄를 면치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찰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들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악행을 하라 지시하는 악귀같은 자들의 명령에 양심에 빗대어 행동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사람들이 되시기를… 국민들은 이미 심판의 칼날을 들고 있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