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물명나방 애벌레의 신비한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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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물명나방 애벌레의 신비한 집짓기
  • 박승규 전문기자
  • 승인 2017.02.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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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어느 봄날 수생식물 순채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필자는 길이 10cm 되는 순채 땅 속 줄기 10촉을 구입했는데 관리 부실로 살리지 못했다. 너무 속상한 나머지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충북 제천시 농업기술센터 내 연못에서 대량 재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순채에 관심을 가지고 먼 걸음 한 것을 가상히 여긴 제천 농업기술센터 직원의 후대로 내가 구입한 땅 속 줄기의 몇 배나 되는 땅 속 줄기를 얻을 수 있었다.

애지중지 작은 연못에 옮겨 심었더니 얼마 후 순채의 새 잎에서 우무질이 가득 나와 뭉쳐 자라는 모습은 순채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그런데 순채 잎의 한 쪽 면을 아주 작은 애벌레가 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순채 잎을 먹고 살아가는 작은 애벌레 바로 ‘연물명나방의 애벌레(포충나방과(Crambidae) 물명나방아과 연물명나방)’가 잎을 잘라서 집을 만들고 물 위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잎을 갉아 먹고 있었다.

연물명나방의 한살이 과정은 산란 후 12일 만에 부화하며 애벌레 방을 만들어 그 속에서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고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데 환경 조건에 따라 그 기간은 많은 차이를 보였다. 애벌레의 먹이로는 주로 수면에 떠 있는 연과 식물의 잎(주로 순채, 어리연, 수련 등)을 갉아 먹고 생활하는 농업해충이어서 연과 식물이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고 즐기는 사람에게는 귀찮은 존재임을 알 수 있었다.

순채 잎을 잘 먹기에 순채 잎 여기저기를 잘라내어 집을 만들거나 먹이로 사용해 순채에 큰 피해를 주었기에 순채가 멸종위기 종으로 등재된 신세가 됐지만 길어야 10mm 밖에 되지 않는 애벌레들이 생존하기 위해 그 작은 입으로 순채 잎을 잘라내고 자신의 몸보다 몇 배나 더 큰 집을 끌고 다니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연물명나방 애벌레의 집짓기 과정은 순채 잎의 가장자리부터 이빨로 자르기 시작해 잎이 둥글게 떨어져 나오면 잘라낸 잎을 잘린 잎의 위나 아래로 끌고 가 겹친 후 다시 잘라 내어 입에 있는 방사돌기(누에가 입에서 실을 내어 고치를 만드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는 도구)에서 실을 내어 붙이는 방법으로 집을 만들었다. 집을 지은 후에는 집 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주변의 잎을 먹거나 같은 모양으로 둥글게 잘라서 줄기에 붙은 잎에서 떨어져 나와 물 위를 자유롭게 떠다니며 먹이활동을 했다.

그런데 잎을 자르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해 보니 그저 둥글게 잘라 내는 것이 아니라 애벌레 몸의 가운데 부분을 잎에 밀착 시킨 후 90° 까지만 자른 후 몸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린 후 정확하게 반대쪽에서 자르던 부분을 찾아 다시 이어서 자르기 시작했다. 다 자른 후에는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 같은 모양의 잎을 잘라 두 잎의 가운데를 입에 있는 방사돌기에서 실을 내어 양 옆면을 붙이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작은 연물명나방 애벌레가 몸의 한 가운데를 잎에 밀착 시킨 후 컴퍼스의 중심점 역할을 하며 잎을 자르는 원인은 조사해 보니 6번째 배마디 아래를 회전축으로 사용해 원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길이 3mm에서 10mm에 지나지 않는 작은 ‘연물명나방 애벌레’가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적 현상을 통해 집을 짓는 모습은 정말 신기하기만 했다. 이렇게 작은 애벌레가 이런 과학적인 방법으로 정교하게 집을 만드는 까닭은 다 커야 길이 10mm 폭 2mm 밖에 되지 않는 애벌레이기에 수많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판단됐다.

‘연물명나방 애벌레’ 이렇게 작은 곤충의 행동 특성에도 많은 과학적 현상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비함의 연속이고 늦게나마 즐기는 작은 행복은 아닐까?

박승규 <내포곤충학교·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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