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삼촌, 저 게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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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 저 게임하고 싶어요!”
  • 한기원·윤신영 기자
  • 승인 2019.10.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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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에어컨 없는 연습실서 하루 종일 연습
꾸준한 연습만이 슬럼프를 극복하는 노하우… 가족이 가장 큰 버팀목
국가대표 선발과 리그 우승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고향 홍성을 방문한 박민호 선수(왼쪽에서 두번째)와 청로회 쉼터 직원들.

지난 2016년 여름, 청로회 홍성단기청소년쉼터(센터장 이철이)에 머물게 된 한 남학생이 ‘철이삼촌’에게 이렇게 말했다. “삼촌, 저 게임이 하고 싶어요!”

이철이 대표는 가정형편 문제로 쉼터에 잠시 지냈던 당시 홍주고등학교 1학년 박민호(20·광천읍) 군이 공부대신 게임에 인생을 걸어보고 싶다며 확신에 찬  말을 하던 그 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나는 그 게임이 정확히 어떤건지 잘 모르지만 그 당시 아이가 확신에 가득 차서 학업보단 자퇴를 하고 게임에 몰두하고 싶다는 말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라고 했죠.” 그렇게 3개월 정도를 쉼터에서 머물던 박 군은 홀연히 “서울로 가겠다”며 쉼터를 떠났다. 그로부로 약 3년이 지난 어느 날, 박 군의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용인즉슨 박 군이 프로게이머가 돼 해외리그 우승까지 거머쥐고, 국가대표까지 발탁됐다는 소식이었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연고를 둔 쇼크 팀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슈팅 게임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박민호 선수는 그렇게 프로선수가 됐다. 

어릴 적부터 게임을 워낙 좋아해서 여러 게임을 하곤 했던 박 선수는 슈팅 게임 ‘오버워치’를 하면서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서울로 떠났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긴장 속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테스트에 빈번히 떨어지기도 했고, 어렵사리 들어간 준프로팀이 성적이 안 좋아 팀이 와해가 되기도 하는 등 슬럼프도 찾아왔다. 그럴 때일수록 박 선수는 마음을 다잡고 연습에 열중했다.

그러던 중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연습하면서 알게 된 프로 선수들의 추천으로 프로팀 입단 제의를 받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박 선수의 프로 데뷔전은 팀을 최초로 대회 8강 자리에 올리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으며 끝마쳤다.

프로 데뷔 이후에도 순탄하지 않았다. 해외에 오버워치 리그가 생기면서 국내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그쪽으로 빠져나갔다. 소속팀마저 맴버 교체로 인한 부진 속에 팀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서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기대했던 오버워치 리그로의 진출이 무산되고 할머니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가 그런 박 선수를 보고 많이 마음 아파하셨다고 한다. 열악했던 프로 생활에 많이 지쳐있었기에 많은 프로팀들이 연락해왔지만 거절했다. 박 선수는 그저 쉬고 싶었다. 그 때 개인 방송 활동을 했는데 너무 안좋은 컴퓨터와 장비로 방송을 하니 이를 안타까워 한 팬이 쓰지 않은 장비라며 자신의 기기를 보내주기도 했다. 그렇게 쉬던 도중 가장 먼저 연락해왔던 한 프로팀과 계약 했다. 당시엔 국내 리그 활동 기간이 아니었고 대신 중국 대회에 참가했다.

중국 대회의 활약을 보고 지금의 소속팀인 오버워치 리그의 샌프란시스코 쇼크 팀 합류 제안이 들어왔다. 샌프란시스코 쇼크 팀에 입단이후 출전한 첫 경기에서 긴장과 존경하던 선수들과 함께 게임한다는 압박감에 경기를 망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박 선수는 자신을 믿어달라고 코치에게 말했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 환상적인 경기력으로 쇼크 팀 팬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 외적으로는 입단 당시 유일한 한국인으로 언어의 장벽 속에서 외국인 팀원들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 팀 전술의 변화로 벤치에 앉아있는 동안 우리나라 ‘오버워치 월드컵 국가대표’ 12명에 뽑히면서 국내 오버워치 팬들의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박 선수는 이런 순탄치 않은 쇼크 팀 선수 생활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잡으며 실력으로 2019년 우리나라 대표 선수 최종 7인에 뽑히며 동시에 ‘오버워치 리그’ 그랜드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박 선수 개인적으로 최고의 해다. “전 세계 팀들의 전력이 평준화 돼서 힘들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2019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또 우승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띠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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