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학교 대안, 지역사회와 함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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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학교 대안, 지역사회와 함께 만든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01.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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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하는 교장, 홍동중학교 이정로 교장

농촌의 소규모학교라는 타이틀에서 활력을 되찾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학교로 변화하는 학교가 있다. 홍동중학교는 전교생이 100여 명 밖에 안되는 작은학교지만 전국적으로 농촌학교의 새로운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이는 2007년 교장공모제를 통해 임용된 이정로(58) 교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농촌지역의 특성상 사회․경제적인 요인으로 주민들이 떠나고 남은 가정은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 가정 등으로 아이들은 어려운 형편으로 꿈이 사라지고 학교는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활기를 잃게 된다. 아울러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대물림되면서 계층이동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학교가 나서야 한다. 취약가정의 돌봄역할을 학교가 대신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줘 학교가 활력을 되찾게 해야한다."

이정로 교장은 부임한 이래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지역주민, 학부모, 학생, 교사 등과 함께 소통하며 변화와 발전을 위해 무던한 노력을 펼쳐왔다. 한마디로 자연과 교육이 어우러질 수 있는 지식 중심의 교육과 역량 중심의 교육을 통합하며 학교 시스템 자체를 바꾸려 노력한 것이다. 이러한 이 교장의 노력에 힘입어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까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교장은 천안복자여고에서 23년간 교직생활을 하며 타학교와 차별화된 수업혁신으로 학생들의 진로나 자기 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복자여고 재직시절, 교내 전체학생 중 사법고시, 행정고시 등에 합격한 학생이 2~3명 정도였다. 하지만 이 교장의 수업혁신으로 1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합격의 기쁨을 안게 된 것이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의식화 교육이라 만류하던 학교는 현재 이 교장의 학급프로그램을 학교프로그램으로 전환해 일반화시켜 운영 중에 있다. 현 복자여고 학교프로그램 80%는 이 교장이 기획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동중학교의 수업혁신 또한 당시의 프로그램을 접목시켜 운영하고 있다. 이에 홍동중학교 교사들은 교육교재를 만드는 등 24시간을 오로지 교육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홍동중학교가 변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프로그램을 그대로 인용해 지역의 환경이나 조건에 맞게 변형시켜 운영한 결과이다. 또한, 교직원과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동참해 이뤄낸성과이다. 동시에 홍동중학교의 교육철학과 비젼이 된 것이다."

학부모, 지역사회가 만드는 '온마을 학교'

이 교장의 교육철학이자 색다른 수업혁신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면 홍동중학교는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특성화 교과 과정을 매주 2시간씩 운영하고 있다. 1학년의 진로교육, 2학년의 가치관 교육, 3학년의 인성교육이다. 진로교육은 홍동중학교에서 가장 중점을 둔 교육활동이다. 생애 전체를 설계하는 진로교육은 단순히 어느 대학을 진학하느냐가 아닌 행복한 삶을 위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시켜주기 위한 학습이다. 진로교육 시간에는 삶과 직업, 진로․의사결정 방법, 나에 대한 이해 등을 이 교장이 직접 가르친다. 그래서 이 교장에게는 '수업하는 교장, 교단에 서는 교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가치관 교육은 생태체험 교육으로 지역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환경과 생태, 농업, 먹을거리 등에 대한 교육과 함께 작물재배와 냇물 수질 측정 등 체험활동이 이뤄진다. 처음 생태체험을 위해 학생들이 직접 모내기를 한다고 하니 학부모들은 집에서 논에 한 번 안들여 보냈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 교장은 가정에서 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에서 하는 것이라며 직접 작물을 기르며 쌀 한 톨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생태환경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며 학부모를 설득했다.

"초기에 학부모들의 우려가 컸다. 열심히 학업에 매진해야 명문학교 입학이 가능한데 왜 매일 개구리 잡고 풀 뜯으러 다니는지에 대한 우려였던 것이다. 이 자체가 학습인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이해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의 본질을 깨닫고 학교 운영에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고 있다. 이에 홍동중학교는 매월 한 번씩 정례적으로 학부모 회의를 개최해 모든 의사결정과정을 교장,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가 소통하며 이뤄낸다.

이외에도 한 달에 한번 문화사랑방을 운영하고, 두 달에 한번 학부모아카데미를 운영해 청소년들과의 소통, 대화법, 진로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방과후학교(문화, 체육, 음악)는 학부모들이 전문강사로 나서서 운영하고 있으며 저녁식사 도우미 또한 학부모가 자청해서 돕고 있다. 또한, 2주에 한번씩 학생들과 학부모가 어우러져 축구 등 운동을 한다. 그러다보니 학교와 지역사회가 자연스레 하나가 되어 학생들은 어른들을 공경하고 지역사회 어른들은 모든 학생들이 내 자녀라는 생각으로 학교 밖에서의 생활지도를 책임지고 있다. 그야말로 학부모와 지역사회, 학교가 만들어가는 '온 마을 학교'인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학교운영은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난해 4명에 불과했던 학구 외 신입생이 올해는 홍성읍지역 학생들을 포함해 경기도, 인천 등 도시지역 학생 20여명이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또한, 전국의 농촌교육복지 운영학교 중에서 모범사례로 평가받아 지난해에는 15개 기관단체 연인원 450여명이 넘는 교육관계자들이 학교를 방문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과 관련해 이정로 교장은 "농촌학교의 대안은 지역사회에 달려있다.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존재여부에 따라 지역브랜드가 달라질 수도 있다. 지역사회가 학교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학교를 지역사회에 포함시키려 할 때 비로소 학교는 존재가치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올해는 어떤 혁신으로 학교를 운영해 나갈 것 인가에 대해 묻자 이정로 교장은 󰡒올해는 지난해 선정된 연중돌봄학교, 농산어촌전원학교를 중점적으로 운영할 것이다. 그동안 준비과정이었다면 이제는 교육과정을 본질에 가장 충실하게 체계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의욕에 찬 모습을 보여 홍동중학교의 또다른 혁신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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