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중국 혁명을 성공시킨 1만 km 대장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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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중국 혁명을 성공시킨 1만 km 대장정길
  • 신 앙
  • 승인 2011.08.1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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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딩교가 없었다면 지금의 중국은 없다
2011년 5월 홀로 중국 ‘홍군대장정’ 길을 2개월간 자전거로 순례한 신 앙 (홍성읍. 55) 씨<사진>의 여행기 중 일부이다.
<편집자 주>




배낭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먼 길 떠나는 계절이다. 바야흐로 순례의 대장정이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다. 제주도의 올레길, 지리산의 둘레길, 설악산을 휘 감도는 바위길, 인접한 서산시의 아라메길 등이 유명세를 톡톡히 치루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정치계조차 민생대장정, 희망대장정이라며 ‘대장정’이 유행이다.

2010년 6·2 지방자치선거를 기점으로 홍성 정치판에 뛰어들었던 동지들과 함께 동북3성과 백두산 등정을 함께 하며 독한 고량주에 세상이야기를 나누었다.

히말라야 산맥의 안나푸르나를 종주하고 미국을 거쳐 다시 중국의 홍군대장정(마오쩌뚱의 고난의 대장정) 길을 찾아본다.



출발 첫째날 현재 쓰촨성의 성도이며 삼국지연 촉나라의 수도인 고도(古都) 청두우를 출발하여 차의 성지로 불리우는 칭라이를 거쳐 야안현까지 평균 해발고도 500m~650m의 분지를 12시간에 150km를 당일 주파했다. 둘째날 마오쩌뚱 루트와 차마고도가 겹치는 티엔치엔의 빙하계곡을 지나 해발 1310m의 신코우까지 86km를 주행한다. 셋째날 친링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하는 알량산 해발 3437m의 중턱(2170m)에 관통된 60년대 홍군의 대역사(대장정의 성공으로 중국을 통일한 공산당의 정략적인 서부지역 보은 형태의 대표적인 개발공사)로 상징되는 길이 4.3km 알량산 터널을 지나 57km의 주행으로 루딩현에 도착한다.

루딩교


1934년 10월 시작된 마오쩌뚱의 홍군 대장정 1만㎞의 행군은 중국 역사를 바꾸어 놓은 사건이다. 지금 중국공산주의 청년당(공청단)의 필수 순례길이라는 이 길을 따라서 2011년 5월 홍군 대장정 길을 2개월간 자전거로 순례하면서 마오쩌뚱의 직접적인 인터뷰로 기술된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 별’에 소개된 장개석이 이끄는 국민당군과 마오쩌뚱의 혁명군의 치열한 전투 현장이었던 루딩교를 찾았다.

루딩교는 지리적으로 중국의 서부 청두우 평원과 대장정루트 시발점에 해당되는 남쪽 윈꾸이 고원, 북부 티벳고원의 삼각점에 있다. 현재 시짱성 진사지엔(금사강) 경계 마을인 캉딩현 사이에 빙하가 녹아 흐르는 장강의 발원지라는 따두하(大度河)에 놓여진 루딩교 현장은 청나라 강희대제 39년 세계 최고의 군사력으로 강역을 넓히던, 1700년에 벌써 국경 분쟁을 포함한 민족 반란으로 이질 문명의 충돌지였다. 험난한 지세와 노도 같이 흐르는 만리장강 물결은 지정학적으로 동서로 분리될 수밖에 없는 공간인데, 청 왕조의 식민화 장악 정책과 융화책으로 만들어진 다리이다. 루딩교는 만주족과 티벳 장족간의 310년 전 교류 역사를 품고 있으며 77년 전 국공내전의 산물인 대장정의 도하사건으로 후세에 아이러니로 각인시킨 역사의 현장이다.

루딩교는 티벳지역의 반란을 진압하려는 청나라 강희대제는 군사이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대도하를 가로지르는 교량을 구상하지만 당시 중국 기술력의 취약으로 건설하지 못하고 선진국인 독일 기술자를 초빙하여 길이 101m, 너비 3m의 현수교를 준공한다. 13줄의 굵은 쇠사슬 형태는 9줄을 바닥에 깔고 양옆으로 2줄을 설치한 뒤 나무판자를 깔은 시공이며, 21톤의 철이 소요되었다. 양안 기둥은 40톤의 철로 구성된 당 시대 최대 토목공사의 산물이다.

1705년 준공 시 강희대제는 안전과 평화를 가져오라는 뜻으로 ‘루딩(瀘定)’으로 명명하였고 중국의 차와 소금, 비단 등이 티벳 라싸로 들어가고 모피, 약제, 말이 교역되는 차마고도의 지름길이 되었다.

1934년 10월 이곳에서 장개석이 이끄는 70만 국민당군에 쫓겨 장시성 루이진을 탈출한 8만 5천의 홍군은 국민당군·지방군벌과의 전투를 치르면서 전력을 소진한 상태에서 루딩교를 건너라는 명령을 받고, 널빤지 바닥이 없는 교량을 쇠사슬만 의존한 채 적의 총탄과 폭포수처럼 흐르는 공포의 강물을 목숨을 걸고 도하에 성공한다. 당시 국민당군에 의해 쫓겨난 혁명군은 11개 성, 18개 산맥, 17개강을 건너는 고난의 순례길에서 중국 인민의 지원과 민심을 얻어 368일간의 대장정을 끝낼 때는 2억의 농민과 노동자를 해방하고 혁명을 성공시켜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다.

만약, 마오쩌뚱에게 이 다리가 없었다면…지금의 중국도 없지 않을까? 루딩교는 기득권과 특권으로부터 고난이 닥쳐도 이것을 인내하며 공동체의 평등과 자유를 지향하고 성공시키려는 사람들에게 역사를 이끌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현장이다.

중국! 크고 많다. 역사는 유구하지만 나의 눈은 너무나 작다.
대장정 순례길을 답사하면서 유적이나 전적지를 확인하고픈 것들 중 최대의 상징성을 띈 루딩교를 맞이한 날은 파란 하늘이 언제 역경의 흔적이 있었냐는 듯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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