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이회창·심대평·이인제, 그리고 ‘됐슈’를 ‘알유?’
상태바
김종필·이회창·심대평·이인제, 그리고 ‘됐슈’를 ‘알유?’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1.11.24 1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회창 불출마 선언, 내년 대선 재도전 승부수? …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일”

 

 

 


어느덧 선선한 가을바람이 조석으로는 제법 싸늘하다. 하지만 내년 4·11총선과 12월의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정치권과 후보군들의 발걸음이 바빠지면서 열기가 더해가고 있다. 홍성지역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행사장을 중심으로 슬슬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내년의 선거를 앞두고 충청권과 홍성지역의 정치 풍향계도 지역주민들에겐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말과 내년 총선·대선을 둘러싸고 충청정치권도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아무리 정치가 관심 밖의 일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불어 닥친 안철수 현상은 우리의 정치와 정당에 보내는 일종의 국민들의 경고다. 현재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은 높다. 소위 안풍(安風)에 기대어 새로운 세상을 보고 싶은 국민들의 열망이 마중물처럼 새어나온 결과다. 우리는 세상살이에 무척이나 갈증을 느껴 왔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정치의 혁명이나 사회에 대한 천지개벽의 변화를 갈망하고 있으면서 기다린 결과다. 더불어 국민모두가 잘 살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픈 빛바랜 희망의 불씨를 마지막 실낱처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충청권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 그리고 무소속 이인제 의원을 주축으로 한 충청 정치세력 통합이 마침내 일단락 됐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지만 축하의 박수보다는 차가운 시선이 여전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일단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통합과 동시에 터져 나오는 소속 현역의원들의 탈당설이 그것이다. 이미 충북권은 무너졌다. 이용희 의원과 남부 3군 자치단체장과 도의원, 군의원 등이 떠나고 누구누구는 한나라당으로, 누구누구는 민주당으로의 국회의원들의 탈당설이 뒤를 이을 것이란 전망이 그것이다. 그래서 환영보다는 기대, 찬사보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이회창의 총선불출마 선언은 충청지역당에 된서리가 내린 결과로 다가오고 있다.

충청의 정치세력과 정당이 걸어온 결과의 산물 
왜일까. 그동안 충청권 정당을 표방하거나 볼모로 한 결과의 산물이다. 이러한 중심에는 김종필·이회창·심대평으로 이어지며, 신민주공화당·자유민주연합·국민중심당·자유선진당·국민중심연합 등 충청의 정치세력과 정당들이 걸어온 이합집산과 결과의 산물로 집약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일부 충청정치인들의 고질적인 습관성 승부수로 통하는 ‘멍청도’니 ‘핫바지론’ 등에 또다시 속아줄 만큼 이제 유권자들이 어리숙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충청정치권의 중심인물들 중 자유민주연합 김종필(JP) 전 총재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는 누가 뭐래도 충청도를 정치적 기반으로 하여 일정부분 성공을 거둔 대표적 정치인이다. 흔히 김종필을 가리켜 ‘영원한 2인자’라고도 불렀다. 실제로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곡절도 많았지만 당의장과 국무총리 등 확실한 2인자로서의 자리를 누렸다. 노태우 정권에서는 김영삼(YS)과 함께 3당 합당을 했고, 김영삼 정권에서는 소위 ‘팽’당해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해 재기에 성공하며 충청권 기반정당의 명맥을 이었다. 김대중(DJ) 정권에서는 DJP연합을 이끌어 국무총리로 2인자의 역할을 담당했으나 내각제 불발로 끝내 결별했다. 김종필은 충남 부여 출생이며, 9선의 국회의원도 지냈다. 비례대표로 출마한 국회의원 10선의 고지에서 자유민주연합이 총선에 참패하면서 당시 비례대표 1번이었던 JP조차 당선권에 들지 못했던 결과로 다가왔다.

이회창은 지난 1997년과 2002년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출마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도 차점으로 낙선했다. ‘차떼기’의 오명을 쓰고 정계에서 은퇴했다가 2007년에 다시 나와 충청정당을 표방하던 국민중심당의 심대평과 합쳐 충청도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을 만들어 대선에 출마했다. 그동안 차점 낙선에서 이때는 3위로 떨어졌다. 대통령선거 출마 3연패를 기록한 것이다. 앞으로도 이회창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3위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회창에게 ‘영원한 3인자’라는 칭호가 붙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회창은 황해도 서흥 출생이고, 아버지의 고향이 충남 예산이다. 이회창은 지금 자유선진당의 홍성·예산지역구 국회의원이다. 하지만 지난 21일, 내년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번 지역구로 써 먹고 홍성·예산을 가차 없이 버렸다. 그러면서 “총선 불출마와 정계 은퇴는 상관없다”고 못 박았다. 이회창의 불출마 선언은 내년 대선 재도전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승부수를 둔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명분도 정당성도, 가능성도 없는 일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는 이유다. 앞으로의 정치행보를 어떻게 하든, 대선 4수를 하든 ‘3인자’ 이상의 역할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번에 자유선진당에 합류한 이인제 국회의원의 경우도 흥미롭다. 이인제는 이회창과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 국민신당을 창당해 이회창과 함께 대선 경쟁에 뛰어 들었다가 동반 낙선한 경험이 있다. 이회창 전 대표와 이인제 의원의 결합이 눈길을 끄는 것은 1997년 대선 때 여당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의 석패(39만 표)는 이인제 탓이 컸다는 분석이었다. 이인제가 이회창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독자 출마해 492만 표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당시 이인제는 대선후보로 독자 출마해 ‘3인자’로서의 득표 경험을 했다. 이인제는 자유선진당에 정식 입당하면서 9번째 당적 변경이란 ‘기록’을 세우게 됐다. 1987년 통일민주당 공천을 받아 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민자당, 국민신당, 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자민련, 국민중심당, 민주당을 거쳐 무소속으로 있다가 이번에 자유선진당에 입당했다. 이인제는 충남 논산출신으로, 현재는 논산·계룡·금산지역구 국회의원이다.

이회창과 이인제는 이런 ‘악연’으로 의원회관 사무실을 이웃에 두고도 14년간이나 왕래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참으로 정치는 모를 일이다.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고, 어제의 적이 오늘 동지가 되는 현실이니 말이다. 이회창은 심대평과의 재결합을 위해 대표직을 사퇴할 무렵, 이인제의 사무실을 찾았고, 이회창이 “충청권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과거는 모두 잊었다”고 화해의 손을 건네자 이인제는 이회창에게 “마음의 빚을 갚고 싶다”며 선진당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 이회창이 불과 한 달여 만에 총선불출마 카드를 꺼내면서 자유선진당의 대변혁을 또 다시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특유의 지역구도 속 충청도 위상은? 
이처럼 충청도 유력 정치인이 ‘영원한 2인자’ 또는 ‘영원한 3인자’에 머무르거나 이합집산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일단 개개인의 정치역량과 관련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특유의 지역구도에서 가지는 충청도의 위상과 관련되는 점도 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잠깐 충청도 사투리와 관련된 얘기를 하나 하고 넘어가자. 충청도 사람을 ‘멍청하다’고 하는 것은 말이 느린 점과 관련된다. 그런데 충청도 사람들의 주장은 다르다. 충청도 말은 느린 것이 아니라 ‘고도로 압축된 언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느리게 해도 의사 전달력은 단연 빠르고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예컨대 다른 지방에서는 “괜찮습니다”라고 하는 것을 충청도 사람들은 “됐슈”라고만 하면 된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는 “좀 봐유”라고 줄여서 말한다. 또한 “보신탕 먹을 줄 알아요?”는 “개 혀?”로 고농도 압축된다. 그러니 말을 빠르게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충청도 사투리 중 생활 속에서 자주 쓰이는 ‘됐슈’와 ‘알유’가 있다. 다른 지역 사람이 들으면 잘 이해되지 않는 아리송한 표현이다. ‘됐슈’는 진짜 됐다는 것인지 염장질하지 말고 나중에 두고 보자는 속내인지 좀처럼 쉽게 알 수가 없는 말이다. ‘알유’도 마찬가지다. 진짜로 알겠다는 것인지, 알겠느냐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은 말이다. 은유적 표현인데다 상황에 따라 긍정과 부정이 혼재한 충청도만의 화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충청도 사람들은 감으로 느끼고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됐슈’나 ‘알유’는 새롭게 탄생한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말인 듯싶다. 지역정당과 정치권을 바라보는 충청지역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가 않은데다 감정에 호소하던 ‘고향 마케팅’에도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지역정당에 대한 애정은 사그라든 화롯불처럼 식어 강력한 불쏘시개가 없이는 되살릴 방도가 궁한 것도 현실이다. 충청의 정치세력을 하나로 묶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됐슈’ 또는 ‘알유?’하고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는 일이 시급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충청 정치세력의 통합도, 융합도, 정치개혁도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말 것이다. 충청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큰 틀의 융합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금이 가는 얘기만 들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