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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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
  • 법륜 스님
  • 승인 2012.02.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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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 3월 14일 홍성 특별강연회 특집 특별기고 ③-1

△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 수행공동체 정토회 지도법사)

나는 길가에 핀 풀 한 포기와 같다.
내가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괴롭고
결국 특별하지 못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마음의 상처가 깊은 사람에게 제일 쉽고 근원적인 치료 방법은 참회다. 참회란 단지 잘못을 뉘우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본래 잘하고 잘못한 것이 없는 도리를 아는 것이다. 내가 어리석고 무지해서 스스로 괴로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모든 일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온다. 내가 짓고 내가 받는 이치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이 분별해서 괴로움을 만들어놓고 상대가 나한테 괴로움을 주었다고 착각한다. 내 괴로움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바로 알고, ‘내가 생각을 잘못해서 당신을 미워했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참회의 길이다.

이러한 이치를 모르고 ‘당신이 잘하고 내가 잘못했다’는 마음으로 참회하면, 이것은 또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그 대상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아무리 참회의 절을 해도 억울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 밑바닥에는 ‘그래도 내가 잘했는데’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잘하고 잘못함이 본래 없음을 깨우쳐야 한다.

행복과 불행은 밖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으면 천하 그 어떤 것도 나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런 사람은 세상의 그 어떤 것을 보아도 부럽지 않다. 자신이 이미 스스로 온전하기 때문에 세상에서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더 이상 없게 된다.

용서할 사람이 남아 있다는 것은 내 수행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그것은 아직도 꿈에서 덜 깬 상태다. 미워할 사람이 없어야 할 뿐 아니라 용서할 사람도 없어야 한다. 미운 사람도 용서해 줄 사람도 본래 없기 때문이다.
억울함이 있다는 것은 내가 지은 바 인연을 알지 못하는 데서 일어나는 것이지 누가 나를 억울하게 한 게 아니다. 나에게 분함이 있다는 것은 내 허물을 알지 못하고 덮어두는 데서 일어나는 것이지 누가 나를 분하게 한 게 아니다. 나에게 억울함과 분함이 일어날 때 내 마음의 뿌리를 잘 살필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수행하는 사람에게 참회 시간은 아주 중요하다. 참회를 일상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하게 되면 마음속에 쌓인 감정이 오래 가지 않게 된다.

남을 미워하면 누가 괴로울까? 남을 미워하고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면 내가 괴롭다. 참회하는 것은 나를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방법이다. 나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다. 너와 나의 잘잘못을 따지는 건 참회가 아니다. ‘옳고 그르다는 것이 본래 없음’을 자각하는 것이 참회다.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괴로움이 생겼으니, 본래 옳고 그른 게 없다는 걸 알고 그 자리에서 놓아버리면 괴로움은 즉시 사라진다. 그럴 때 편안함과 행복, 자유의 길이 열린다.

이렇게 참회 수행을 하다 보면 피해의식이 없어진다. 피해의식이란 자기 보호 심리에서 생기는 것이다. ‘나는 길가에 핀 풀 한 포기와 같다’ 이렇게 자신이 별 게 아닌 줄 알면 세상사에서 상처받을 일이 없다. 내가 특별한 존재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괴롭고, 결국 특별하지 못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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