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있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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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있는 그대로
  • 법륜 스님
  • 승인 2012.02.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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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 3월 14일 홍성 특별강연회 특집 특별기고 ③-2

 

△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 수행공동체 정토회 지도법사)

왜 하나밖에 없는 내 인생을 희생하는가.
인생을 후회 없이 살기 위해 사물을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언젠가 결혼을 앞두고 찾아온 사람에게 ‘그 사람과 왜 결혼하려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 사람이 이러저러해서 결혼하려 한다는 이유를 듣고는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는 ‘스님은 자기만 결혼 안 하면 되지 왜 남까지 못하게 하냐’며 농담 투로 항의했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결혼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한 이유는, 그의 배우자 선택이 그가 생각하는 결혼의 목적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혼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사람을 바꾸든지, 그 사람과 결혼하려면 결혼 목적을 바꾸든지 해야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선택이니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얘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결혼은 하지 않아야 하는 걸까? 그렇다. 현재 자신의 태도를 바꾸지 않으려면 혼자 사는 게 낫다. 하지만 꼭 그 사람과 결혼하겠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내 고집, 내 생각을 바꾸라는 뜻이다. ‘내 인생도 내 맘대로 다스리지 못하니 다른 사람 인생에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거기에 맞게 결혼 생활을 하라는 이야기다.

부부가 더 이상은 못 살겠다고 찾아와 상담을 할 때 대개 스스로들 답을 가지고 온다. 스님한테 가봐야 이혼하라는 소리는 안 하고 ‘어쨌든 참고 살아라’ ‘여자가 참아라’ 이렇게 말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다. 천만에, 그렇지 않다. 내가 혼자 사는 사람인데 왜 남에게 억지로 결혼 생활을 하라고 하겠는가. 사람은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든가 결혼하지 않아야 한다는 식의 생각은 아집일 뿐이다.

이혼을 하려는 부부는 대개 자식 걱정과 배우자에 대한 원망이 마음 밑바닥에 남아 있다. 그리고 이혼에 이르게 된 갈등의 원인이 부부 한쪽에만 전적으로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자식 걱정과 남편에 대한 원망과 자기모순의 생각에 빠져 이혼을 하게 되면, 이혼 뒤에 닥치게 마련인 여러 가지 상황과 시련 속에서 ‘아! 내가 그때 잘못 생각했구나’ 하고 후회하게 된다. 이런 후회가 깊어지다 보면 삶이 더욱 괴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혼하기 전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내 마음을 하나하나 깊이 살펴봐야 한다. 그렇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았는데도 도저히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면, 그때는 이혼해도 된다. 그 누구도 행복해지려고 결혼했지 불행해지려고 결혼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에 자기 생각으로 상대를 재단하거나 추측하지 말고, 이런저런 상상으로 그림을 그리며 괴로워하지 말고, 담장 밖에서 다른 집안 일을 바라보듯이 자신의 부부관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배우자를 그렇게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려면 내가 상대방의 처지가 되어 보아야 한다. 남편은 아내의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하고, 아내는 남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봐야 한다. 이는 무조건 배우자 입장이 되어 참고 살라는 말이 아니다. 희생하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왜 하나밖에 없는 내 인생을 희생하는가. 내 인생을 희생하라는 게 아니라 내 인생을 보다 후회 없이 살기 위해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라는 말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제대로 결정해 나중에 후회하는 삶을 살지 말라는 말이다.

이는 부부 관계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식과 부모 관계에서도, 친구 사이에도, 직장에서도 갈등이 생기면 우선 상대방의 처지에 서서 보라. 상대편 처지에서 보지 못하면 절대 객관적이 될 수 없다.
객관적이라는 것은 자기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다. 그렇게 객관적으로 제대로 보고 그 다음에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상대가 이해되면 화해하고 사는 것이고, 아무리 살펴봐도 이 점만은 꼭 해결해야겠다고 생각되면 해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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