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갇힌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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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갇힌 문화예술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05.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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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의 ‘땡전뉴스’는 차라리 애교에 불과했다. 지금은 뉴스가 시작되면 코로나19 상황부터 하염없이 시작되는 이른바 ‘땡코뉴스’의 시대다. 국민 모두가 하루에도 수백 번도 더 넘게 그야말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고 있는 단어, ‘코로나19’. 

예방과 치료법이 없고 전파력마저 강한 미증유의 바이러스가 몇 달 동안 세상에 미친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미 전 세계 214개국에서 540만명이 넘는 감염자와 35만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기록 중이며, 이로 인한 세계경제의 침체는 물론,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모든 것을 크게 바꿔 놓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국민의 생명이 직결된 최악의 보건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코로나로 무너진 국민경제의 현실에 대해 ‘국가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프리랜서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적으나마’ 또는 ‘작으나마’ 국민경제회복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 중이다.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 국민이 다 함께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여기에도 사각지대는 있다. 바로 문화예술계다. ‘문화예술’이란 것이 일단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후에나 살펴봐야 할 것이란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인데, 생계질서의 회복서열이 있다면 아마도 가장 뒤에나 위치하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문화예술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고 이를 수행하는 관련 기관·단체도 어려움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대중문화나 예술행사의 특성상 관객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학생들의 수업마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의 ‘문’자, 예술의 ‘예’자도 꺼내기가 힘든게 사실이다.
홍성에서 가장 큰 축제인 홍성역사인물축제가 취소된 것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많은 문화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됐고, 전문예술가, 예술강사들의 설 자리 또한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이에 따라 당연히 군민들의 문화향유 기회가 없어지고 문화예술 참여자, 종사자들의 역할마저 당분간 마련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뚜렷한 자부심과 긍지를 중시하는 우리지역의 많은 문화예술인들은 조용히 이 코로나 사태가 하루빨리 지나기를 누구보다도 더 기원하고 있으며, 자신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이나 상황에 대해 관계기관에서 더 관심 가져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정국에서도, 코로나 사태 이전의 상황으로 일상이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음에도,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예술의 향기가 그윽했던 예향의 고장 홍성으로 되돌아 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한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어떤 노력이라도 기울일 각오가 충분히 되어 있다. 특히 코로나 시국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공연문화나 예술교육의 아이디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가능하다면 우리지역과 접목될 수 있는 타 지자체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코로나(corona)’라는 단어에는 음악용어인 페르마타(fermata)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 음표나 쉼표의 위아래에 붙어서 본래 박자보다 두세 배 길게 늘여서 연주하라는 표시인데, 보통 악곡의 끝부분에서 연주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카덴차’를 의미하기도 한다. 코로나를 멋지게 정복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여, 코로나가 문화예술계에 미치는 영향이 두세 배 길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징글징글한 이놈의 코로나.


조남민<홍성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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