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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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균형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06.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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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중심은 자아(ego)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중심에는 자기(self)가 있다고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의식의 중심인 자아를 따라 이익과 손해의 관점에서 살아간다. 한 때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이 나중에는 좋지 않은 때도 있다. 그런 시행착오 끝에 우리는 의식과 무의식의 중심인 자기를 만나는 경험을 한다. 

나는 건강한 삶을 위해 면역 해독(解毒, Detox)을 간헐적으로 하고 있다. 그때마다 두통과 어지러움, 메스꺼움과 구토, 나른함과 몸살, 하품과 통증, 하혈과 설사 등 몸이 보내는 신호는 매우 다양하다. 배고픔을 심하게 느끼지는 않지만, 즐겨 먹던 음식들이 계속 떠올라 스트레스가 고조되어 신경질적인 행동들도 했다. 정서적으로는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워 눈물을 참기 힘든 순간들도 있었고, 무기력함이 심해져서, 만사를 제쳐두고 자리를 깔고 눕는 경우들도 있었다. 면역 해독 후 보식 기간에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폭발하는 식탐을 조절하지 못하고 음식을 마구 먹는 내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랄 때도 있었고, 주변인들로부터 염려하는 소리를 들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거친 파도처럼 출렁이는 해독과 보식을 재경험 하면서 조금씩 호전되는 몸과 마음의 변화들이 나의 만족도를 높여주었고, 몸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갖게 했다.
몸과 마음이 보내오는 신호에 귀 기울다보니 관련 서적을 구입하게 됐다. 그러던 중 척추신경 전문의 조한경, 정신과 전문의 문요한, 이시형, 양창순, 고전평론가 고미숙, 공학박사 장동순 등을 접하게 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이 전공한 학문과 현장에서 경험한 삶을 토대로 융합된 제3의 학문으로 내원하는 환자들과 독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글을 읽으며 나는 매우 큰 감동을 받았다. 나 또한 심리상담 전문가로서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담자들을 상담하지만, 몸의 통증을 느끼는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몸과 마음을 통합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융합적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는 나를 힘들게 했다. 지금까지 즐겨 입었던, 잘 어울리던 옷을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이 마음 한편에서 올라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보다 먼저 융합을 향해 걸어간 사람들과 그들의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고민들이 나를 강하게 끌어주는 힘이 됐다.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는 <면역이 암을 이긴다>는 책을 통해 인간에게 내재된 자연치유력은 면역이며, 현대의학에서 찾지 못한 암을 면역이 이긴다고 얘기하고 있다. 또한 서양의 정신의학만으로 인간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주역과 정신의학을 접목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양창순 박사의 <명리심리학>, 환경공학과 장동순 교수의 오행체질을 중시하는 <생활 동의보감 1·2·3>, 자연식생활연구회의 <동의보감 음식궁합>을 읽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상담학을 공부할 때, 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몸이 아파서, 몸과 마음을 통합적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몸의 중요성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마음이 중요한 것처럼 몸도 중요하다. 몸은 마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몸이 아프면 일상의 삶을 살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몸이 아프면 삶이 멈춘다. 그러므로 몸은 중요하다. 그러나 상담전문가로서 나는 여전히 마음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건강한 몸을 가졌지만, 마음이 아파서 불행한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음이 아픈 사람은 먼저 마음을 돌보고, 몸이 아픈 사람은 우선적으로 몸의 건강을 돌보아야 한다. 새는 두 날개로 하늘을 난다. 건강한 인간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갖춘 사람이다. 의식의 중심인 자아가 자기도 몰랐던 의식과 무의식의 중심인 자기를 만나듯, 내 몸과 마음이 내 안에서 아름다운 조화를 꿈꾸기를 소망한다.


최명옥 <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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