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삶과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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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삶과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 윤신영 기자
  • 승인 2021.03.20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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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나빌레라’
창작집단 나빌레라 이정빈 대표(사진 왼쪽)와 한정훈 단원.

故이원기 교수 가르침과 이정빈 대표 자신감이 탄생 계기
3년 내 사회적 기업돼 ‘우리와 모두가 기쁜 사업’ 하고파

 

IMF시대 이후 지속적인 사회적 위기를 겪으며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벤처기업 창업보다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하듯 직업관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취업이 보장되는 학과는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고, 청년들은 안정된 직장을 꿈꾸며 대학교 입학 때부터 학과 공부가 아닌 취업과 관련된 공부를 시작한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홍성에 청년예술단체를 꾸려 꿋꿋이 도전적인 삶을 살고 있는 ‘창작집단 나빌레라’가 있다. 지난 12일 나빌레라 이정빈 대표(26)와 단원으로 활동 중인 한정훈(28) 씨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소 제자들에게 인망이 있던 고 이원기 교수님께 찾아가 창작집단에 대한 이상을 전하며 함께 단체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어요. 그게 나빌레라의 시작이었죠.”

지역의 활성화와 지역 예술가들의 지속적인 지원과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기획된 ‘나빌레라’는 지난해 7월 22일 고 이원기 전 청운대 방송연기학과 교수(당시 대표)와 이정빈 대표(당시 부대표) 주축으로 창립했고, 현재는 18명의 단원이 속해 있는 단체로 성장했다. 이 대표와 한 씨는 이원기 교수와의 또 다른 일화도 소개했다.

“아침에 끼니도 못 챙겨먹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학교에 온 친구들이 많았어요. 이원기 교수님은 그런 제자들을 보면 항상 ‘○○가게가 열려 있으니 밥 먹고 와’라고 하시며 식사를 챙겼죠. 그리고 제자들에게 항상 연기자이기 이전에 인간이 되라며 당신이 몸소 우리를 그렇게 대해 주셨어요.”

그렇게 정신적 지주로서 큰 영향을 줬던 이 교수는 나빌레라의 협동조합 결성 과정 중 지난해 12월 작고했다. 이후 나빌레라의 대표를 맡게 된 이 대표는 아직도 본인을 소개할 때 부대표 명함을 사용했다. 이 대표는 “아직 교수님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지 못하겠어요…”라며 이 교수의 빈자리를 매우 안타까워했다.

이 교수에 대한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예술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이 대표와 한 씨는 열정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삶을 바꿨던 ‘연기’에 대한 기억을 말했다.

“어렸을 땐 감정표현이 서툴렀어요. 무뚝뚝했고 표현도 적었죠. 그 모습이 걱정이셨던 부모님이 연기를 권유하셨어요. 지금은 연기 덕분에 감정표현이 많아지고 더 풍부해졌습니다. 제가 감동적인 작품을 볼 때 눈물이 많아요”

한 씨는 평범한 삶을 살던 자신의 인생을 전혀 다른 길로 인도한 ‘연기’를 이야기했다.

“본래 항공 쪽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일을 하며 성취감을 얻기가 힘들었죠. 그 때 영화가 마음의 위안이었어요. 영화를 많이 보다 연기를 하고 싶어서 연기 동호회까지 가게 됐죠. 그러다 진지한 연기인의 삶을 고민하게 됐고 본격적으로 연기학원을 다녀 대학에 합격한 겁니다.”
연기가 삶의 태도를 바꾼 이 대표. 연기가 인생 방향을 바꾼 한 씨. 연기에 대한 둘의 관계는 깊었다.

그런데 연기자 지망생이었던 이 대표는 어떻게 창작 단체를 만들자고 생각했을까? 그 시작은 평범할 수도 있었지만 과정은 평범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대학생 시절 처음 창작단체 조직에 대한 꿈을 꿨다고 말했다.

“대학생 때 연출이 하고 싶어 방학 공연 연출 오디션을 본 적이 있었어요. 방학 공연은 방학동안 한 번밖에 없었는데 겨울 방학, 여름 방학 연속으로 떨어졌죠. 그때 ‘난 실력을 가졌는데 왜 안 뽑아줘? 날 안 뽑아주면 내가 연극단체를 만들어서 내 스스로 유명해질거야’라고 생각했어요.”

한 씨는 이 대표가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친구라고 말하며 “보통 오디션에 떨어지면 ‘다음번엔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하지, 나는 뛰어난데 안 뽑아준 것이 문제라며 ‘내가 연극을 만들 단체를 만들어야지’라고 생각을 안 하잖아요?”라며 웃었다.

이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인 두 사람에게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이 대표는 나빌레라를 3년 이내 홍성 지역 사회적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나빌레라가 사회적 기업이 되면 더욱 많은 기회가 열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홍성에서 공연을 하며 ‘우리도 기쁘고 모두가 기쁜’ 그런 사업을 하고 싶어요.”

한 씨는 “단체와 구성원간의 이상점이 다를 수가 있는데 전 나빌레라와 내가 하고자 하는 예술들의 방향이 서로 맞아떨어졌으면 좋겠어요. 또 나빌레라가 만드는 예술이 주민들이 원하는 예술이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다수가 안전과 안정을 추구하는 이때 자신들의 힘으로 우리 모두가 기쁠 수 있는 예술 사업을 하고 싶다는 젊은 청년들이 여기 홍성에 있다. 연기로 삶을 바꾼 이정빈 대표와 연기에 대한 사랑으로 인생 방향까지 바뀐 한정훈 씨. 자신들에게 ‘인간됨’이라는 귀중한 가치를 가르쳤던 고 이원기 교수의 뜻을 이어 그들의 꿈이 이뤄질 때 홍성 예술계엔 새로운 바람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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