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출장비 지급’ 보도, 결국 법원으로
상태바
‘운전기사 출장비 지급’ 보도, 결국 법원으로
  • 심규상 오마이뉴스 기자
  • 승인 2021.04.18 0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권익위 “조사 필요해” 서울시 감사위로 송부
바른지역언론연대 “상식적 문제제기를 막는 행동”

서울 은평구청(구청장 김미경)이 소속 운전직 공무원의 관내 출장비 지급 여부를 보도한 지역언론을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전국 45개 풀뿌리 지역 언론사의 연대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회장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는 “상식적인 문제 제기마저 소송 제기로 입을 틀어막으려는 행동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지난해 12월 ‘운전원에 출장여비 지급 가능할까?’ 기사에서 ‘운전직 공무원이 관내 출장을 나갈 경우 별도의 출장비를 지급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각 기관의 해석과 답변을 들어 보도했다. 은평구가 직무 수행 중 발생하는 교통비 등 실비를 변상해 주는 ‘출장비’를, 관용차량을 일상적으로 운전하는 운전직 공무원에게 수당처럼 지급하는 게 바람직한지 살핀 기사다. 기사를 보면 은평구청과 법제처의 해석이 서로 달랐다.

‘은평시민신문’은 이 기사에서 ‘은평구청은 4시간 이상 근무지 내 출장 시에는 운전직 공무원에게도 출장비를 지급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법제처는 관용차량 운전직 공무원은 4시간 이상이더라도 여비를 지급할 수 없고, 이를 위한 조례도 제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은평구청 관계자도 ‘지자체의 해석 여지에 따라 다른 점이 있다, 운전원 본연의 업무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해당 보도가 관내 관용차량 운전직 공무원의 여비 지급 기준을 다시 살펴볼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하지만 은평구청은 이 보도에 대해 ‘운전원 관내 출장비 지급은 문제가 없다’며 ‘은평시민신문’에 대해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조정을 신청했다.

은평구청은 “공무원 여비 규정이 변경돼 운전원에게도 4시간 이상의 근무지 내 출장 명령에 따른 차량 운행인 경우 본연의 업무수행 여부와 상관없이 1만 원의 출장비를 지급할 수 있다”며 “은평시민신문이 이전 규정을 근거로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은평시민신문’은 관련 후속 보도에서 “법제처는 ‘법령과 규정이 완전히 개정돼 관련 내용이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유권해석은 현재도 유효하다’라고 밝혀왔다”라며 정정보도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도 ‘공무원 여비 규정을 보면 본연의 업무수행을 위해 차량을 운행하는 경우에는 여비를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어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 신고사무 운영지침에 따라 조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민권익위는 서울특별시 감사위원회로 해당 건을 송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관내 관용차량 운전직 공무원의 여비 지급 기준을 다시 살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지난 2월 은평구가 신청한 정정보도 조정을 신청 건에 대해 ‘조정불성립’을 결정했다. 구청과 신문사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 따른 결과다.

그러자 은평구는 지난달 24일 서울서부지법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은평구는 소장에서 “해당 기사로 운전원에게 출장여비를 지급하는 것이 위법한 것처럼 여겨지고, 은평구 소속 운전원들의 명예가 훼손됐을 뿐 아니라 잘못된 정보로 행정력이 낭비되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은평시민신문’이 바뀌기 전 규정을 근거로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고 있다는 애초 의견에서 한 발짝도 진전이 없는 셈이다.

바지연은 지난 12일 성명에서 “은평시민신문의 보도는 현재 은평구청 운전원의 관내 출장비 지급현황 등을 취재해 예산이 낭비되는 일이 없는지 살펴보는 기사였다”며 “예산 낭비는 없는지 살피는 상식적인 문제 제기마저 막아서며 무분별하게 언론을 압박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중재위 제소에 이어 민사소송 제기로 작은 지역 언론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행동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은평구 쪽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13일 구청 행정지원과에 연락했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앞서 ‘오마이뉴스’에 “은평시민신문 측과 여러 차례 소통하며 정정보도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사실과 다른 보도를 정정해 달라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냐”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국민권익위로부터 송부된 건에 대해 세밀히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더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