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고민을 잊고 나조차 놓을 수 있는 곳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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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고민을 잊고 나조차 놓을 수 있는 곳이 산”
  • 윤신영 기자
  • 승인 2021.05.22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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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사)한국산악회 충남서부지부장

청소년들 위한 사업 위해 사비로 여러 자격증 준비
정화 사업 넘어 쓰레기 만들지 않는 의식 개선 필요 

 

환경 정화. 봉사 활동에서 흔히 보는 행사다. 쓰레기 봉투와 몸만 있으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산지 정화도 비슷한 행사다. 쓰레기 봉투와 사람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이다. 그런데 (사)한국산악회 충남서부지부의 산지 정화는 좀 다르다. 보통 사람들은 가지 않는 산 속 깊숙이 있는 쓰레기까지 수거해 두 손 가득 가지고 내려온다. 예초기를 산에 가지고 올라가 높이 자란 풀을 깎기도 한다. 특별한 산지 정화 활동으로 주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사)한국산악회 충남서부지부(이하 충남서부지부)의 김동규 지부장을 백월산 정상에서 만났다.

김 지부장은 “오전에 산을 타고 인터뷰를 위해 또 백월산 정상을 왔다”며 반갑게 인사했다. 하루에 산을 두 번 왔다는 김 지부장처럼 충남서부지부 회원들은 산을 많이 탄다. 평소에는 개인적으로 다른 지역 산을 등산하고 충남서부지부의 활동으로 우리 지역 산을 오른다. 특히 정기 산행의 경우엔 비가 오더라도 무조건 가고 정말 날씨가 안 좋다면 다른 지역의 산이라도 간다. 김 지부장은 하루에 52km를 등산했다는 경험담도 이야기했다. 왜 이렇게 산을 좋아하는 것일까?

“산을 타면 남들처럼 저도 똑같이 힘듭니다. 그런데 산을 타다 보면 그 순간이 힘들어서 큰 고민도 잊어버리고 심지어 지금 힘든 자기 자신조차 잊어버리게 돼요. 이게 산의 매력입니다. 모든 것을 잊고 자신조차 잠시 놓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이 매력에 빠지면 평일에는 힘들게 일하고 주말에는 또 힘들게 산을 타는 일상을 가지게 돼요”

이렇게 산을 좋아하는 충남서부지부 사람들은 등산문화를 주민들에게 전파하기 위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청소년 백두대간 생태탐방, 청소년 체험 아카데미, 장애인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산행, 산지정화와 산행문화 개선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홍성 청소년들을 위해 금북정맥 탐방을 계획하고 있는데 설명으로만 청소년들에게 뭔가를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학생들과 산에 오르다가 듣기 좋은 새 소리가 들리면 잠깐 쉬면서 청소년들과 함께 그 새 소리를 듣곤 해요. 그러면서 학생들이 자연의 소리를 느끼며 아름다음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게 생태 체험이 핵심입니다.”

이러한 청소년들을 위한 사업 진행을 위해 김 지부장과 회원들은 산림청 숲길 등산 지도사 자격증, 숲 해설사 자격증 등의 자격을 구비하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수인 까닭이다. 물론 해당 자격증으로 인한 강사비는 강사에게 지급이 되지만 결국 그 강사비는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을 위해 쓰인다.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이러한 행사는 홍주중, 홍주고, 홍성고, 홍성중 등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이와 연계해 청소년들에게 산행 예절과 안전수칙을 가르치기도 한다. △좁은 길에서 사람을 만날 땐 오르는 사람에게 양보한다 △소음을 삼가며 음주는 절대 금지해야한다 △자연에 대한 예절을 지킨다 등 7가지 예절 수칙을 가르친다. 또한 △자신의 능력 범위를 벗어나지 말라 △생리현상의 다급함에 쫓기지 말라 △앞뒤 사람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라 등 안전 수칙을 가르친다. 이러한 활동은 산행 문화 캠페인과도 연계돼 자연스럽게 홍성의 등산 문화를 변화시키는데 앞장 선다. 또한 충남 서부지부가 진행하는 산지 정화 캠페인은 산림청 주관 캠페인으로 4년 연속 순위권을 수상해왔다.

“몇 년 전부터 등산로 주변에 꽃씨를 뿌리는 활동을 했습니다. 올해는 꽃씨 주변에 팻말을 세워서 사람들이 어떤 꽃인지 알 수 있게 표시할 생각입니다.”

이밖에도 정상 주변에 가슴높이까지 자라 위험한 수풀 지역은 예초기를 가져와 정돈을 하고 망가진 등산로는 민원을 넣어 수리하도록 한다. 배수로 막힌 곳은 직접 치우기도 한다. 모든 것을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논리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산에 대해서만 한참 이야기 했던 김동규 지부장. 퇴근하고 백월산을 등산했다는 회원. 잠깐 산에 들렀다는 또 다른 회원. 김 지부장과 이야기하며 백월산에 정상에 있던 잠시 동안 충남서부지부 회원을 3명이나 만날 수 있었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정말 사랑하는 것을 보는 것은 신기한 느낌을 가지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이 사랑하는 것을 자신이 망친다면 불편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산을 사랑하는 이 사람들을 위해 다음 산행 때 자신의 쓰레기를 산에 버리지 않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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