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서산을 다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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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산을 다시 보자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9.0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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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산은 충남 서해안에 우뚝 솟은 산이다. 금강의 북쪽에 위치한 약 280여km의 산줄기로, 태안 안흥진에서 안성 칠장사에 이르는 구간인 금북정맥 중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서해안의 등대 역할을 하는 섬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1832년, 한국 최초 개신교 선교자이며 주기도문을 처음 번역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인 귀츨라프 일행이 배를 타고 홍주목사를 방문하러 오는 길에 오서산을 만났다. 서해안 저 멀리에서도 뚜렷하게 높이 솟아 있는 오서산을 보며 ‘테이블 마운틴(정상부가 테이블처럼 평평하게 펼쳐진 산)’이라 표현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베네수엘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테이블 마운틴이 있는데 주변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들에게 위치를 가늠하는 이정표로 잘 알려진 곳이다.

오서산은 희한하게도 보는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달리 보인다. 보령쪽에서 보면 오서산은 영락없이 평평한 모습이다. 이를 풍수용어로 토산체(土山體)라고 하는데 이 주변에서는 주로 부농이나 권력을 가진 자가 나온다고 한다. 반면 광천쪽에서 보면 삼각형을 이루는 소위 금산체(金山體)의 모습이 나타난다. 금산 주변에서는 큰 부자들이 난다고 하는데 화려했던 광천의 영광을 생각하면 크게 틀린 말도 아니다.

오서산(烏棲山)은 영험하고 신령스러운 산으로도 알려져 있다. 삼국사기에 오서악(烏棲岳)이라고 기록돼 있고, 당시에는 명산대천을 대사(大祀) 중사(中祀) 소사(小祀)로 나눠 국가 차원의 천제를 올렸다고 한다. 정암사 중수기에 ‘국내에는 명산이 있으니 동에는 풍악 금강산이요, 서에는 구월산이요, 북에는 묘향산인데, 언제나 서로 보기가 싫은 마음이 없었으니, 이런 곳은 유독 오서산뿐이었다’라는 재미있는 대목도 나온다.

새우젓으로 유명한 광천토굴을 자락에 깔고 있는 오서산은 또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산이다. 효심스런 딸의 전설이 내려오는 처녀바위, 커다란 바위가 볏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볏섬바위, 백제부흥군의 복신장군이 기거했다는 굴이 있는 쉰질바위 등 숱한 이야기가 곳곳에 남아있다.

그러나 역시 등산로가 일품이다. 오서산은 어느 곳에서 오르든지 간에 일단 줄기차게 올라야 해서 힘이 들지만, 일단 등산로에 들고 보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등산로는 상담 주차장에서 정암사를 거쳐 수많은 계단과 마주하는 코스다. 혹자는 계단이 주는 지루함을 나무라지만, 사람에게 안전하고 자연에게 부담을 덜 주는 곳임을 부인할 수 없다.

중담에서 오르는 길은 약수터와 산제당을 만날 수 있고, 광성리에서 내원사 계곡으로 오르는 길은 맑은 물과 다양한 식물을 접할 수 있는 신선한 등산로다. 

산꾼들이 좋아하는 금북정맥길도 있는데 신풍리 기러기재에서부터 공덕고개, 금자봉을 넘으면 정상에 이르며 이 길 또한 상당한 비경을 갖추고 있다. 

오서산의 정상에 오르면 누구라도, 사방으로 탁 트인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하기 마련이다. 멀리 서해바다, 당진, 공주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장쾌함에서 얻는 호연지기가 저절로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오서산을 제대로 알지 못하며 숨은 매력에 대해 절반도 모른다. 왜냐하면 오서산은 홍성과 보령, 그리고 청양과도 경계를 나누고 있고, 그 관리나 등산로의 정비도 각각 다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광천의 꿀꿀이봉과 보령의 아차산, 던목고개를 지나 시루봉, 금자봉을 잇는 등산로 임도 등의 연계안내, 홍보가 한꺼번에 되지 않기에, 트레킹을 위한 코스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오서산 뒷자락에 물 맑은 명대계곡이 있고 오서산 자연휴양림이 있다는 사실을 홍성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고 그저 다니는 길만 다닌다. 정상석이 보령과 홍성에 각각 만들어진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튼 당황스러운 현실이다. 

오서산은 역사, 문화, 자연 등에 관한 무궁무진한 자원이 있는 곳이기에 앞으로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소중한 존재다. 이미 진행하고 있는 담산리 벚꽃길 문화축제나 억새풀 등반대회를 제외하더라도 인근 보령과 청양을 끌어들여 임도를 활용한 자전거 대회, 둘레길 걷기, 야생화 가꾸기 행사, 합동 정화활동 등의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추진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를 위해서는 ‘오서산 도립공원 지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인근의 가야산·칠갑산 도립공원을 능가하는 충남의 명물로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걷는 것이 대세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산책길을 걷고, 하천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남산, 월산, 용봉산 그리고 마침내 오서산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느 날 정상에 올라보면, 홍성이 충남의 중심지로 거듭나며 나날이 발전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도, 배후에 든든한 오서산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조남민 <홍성문화원 사무국장·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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