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민생 5법’ 통과,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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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민생 5법’ 통과, 엇갈린 반응?
  • 김영정 기자
  • 승인 2025.08.14 06:52
  • 호수 904호 (2025년 08월 14일)
  • 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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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농안법·재해대책·보험법·한우법
농가 안정망 강화 vs 시장 경직성 우려 엇갈려

[홍주일보 김영정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여러 차례 논의와 좌절을 반복했던 ‘농업민생 5법’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농업계 안팎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개정·신설된 법안은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이하 농안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한우산업법으로 농민 소득 안정과 식량주권 강화를 목표로 한다. 

정부와 여당은 “농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사회적 안전망을 확실히 구축한 의미 있는 입법”이라고 평가하는 반면, 일부 경제·농업 전문가와 야당에서는 “시장기능을 왜곡하고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기준가격 이하로 하락하거나 초과 생산량이 정해진 기준을 넘어설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시장격리에 나서 초과 물량을 매입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정부 재량에 따라 이뤄졌던 시장격리가 법적 의무로 전환된 것이다. 또한 매년 양곡 수급계획을 사전적으로 수립하고, 논 타작물 재배 지원 규정을 신설해 쌀 과잉 생산을 완화하려는 장치도 담았다. 

농안법 개정안은 가격안정제를 도입해, 주요 농산물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가 생산비를 고려해 가격 차액을 직접 보전할 수 있도록 했다. 수급계획도 모든 농수산물로 확대해 선제적 공급 조절이 가능해졌으며, 수입통제 과정에는 생산자단체의 참여 권한을 강화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은 국가의 재해 대응책임을 명확히 하고, 재해 발생 시 더 신속하고 현실적인 복구 조치를 제공하도록 했다. 보험 보장 범위도 넓히고 제도 실효성을 높여, 이상기상과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피해에 보다 강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이번에 새로 제정된 한우산업법은 한우산업을 보호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농업민생 5법’ 통과의 핵심은 ‘농민 소득 안정’과 ‘식량 주권 강화’다. 농산물 가격 하락기에 정부가 차액을 보전하거나 초과 생산분을 즉시 매입하는 제도가 정착되면, 농가가 가격 변동에 따른 불안정성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가 차원의 식량안보 전략과 재해 대응 인프라가 강화돼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의 의무 매입제는 시장 가격 신호를 왜곡해 생산 조절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쌀 등 특정 품목의 과잉 공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액 보전제와 재해 대응 확대는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고, 지원이 특정 품목이나 산업에 집중될 경우 다른 품목 농가와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정부 개입 확대에 따라 농가의 자율성과 경쟁력 제고 노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표경덕 서부농협조합장은 “우리지역 농민의 입장에서 이번 농업민생 5법의 통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며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는 정부가 생상량에 대한 계획을 사전에 수립한다고 봤을 때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농민들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지훈 전국한우협회 홍성군지부장은 “한우법 통과는 다행이나 구체적 시행령이 나와봐야 실효 판단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며 “아울러 이번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을 막은 점은 긍정적이나 수입산 소고기의 검역 강화와 여전히 사료값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축산농가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업민생 5법’은 국가가 농가 경영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농업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제도를 전환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 정책이 안정적인 농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버팀목’이 될지, 시장 기능을 저해하는 ‘발목’이 될지는 앞으로의 시행 과정과 보완책에 달려있어, 이에 대한 농업계와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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