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삼(1·2·3)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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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삼(1·2·3) 법칙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09.0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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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처음 들어가서 배운 법칙은 과학 시간에 나온 ‘질량 보존의 법칙’이었다. 그 뒤로 많은 법칙을 알게 됐고, 필자도 한가지 만들게 됐다. 과학적 근거나 사회적 측정의 결과로 나온 것은 아니고 청소년을 많이 경험한 사람으로서 근거 없이 ‘일이삼(1·2·3) 법칙’을 만들어 봤다.

일이삼 법칙은 청소년기 자녀와 대화할 때 필요하다. 특히 갈등이 생겼을 때 효과적이다. 청소년이 흔히 사춘기라고 불리는 시기가 도래하면 짜증도 많아지고 우울감도 생기고, 2차 성징으로 인해 말하기 어려운 고민도 생긴다. 바로 그때 대화를 하다가 뭔가 청소년을 자극하게 되면 청소년은 보호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말을 한다. 처음 경험하는 공격성과 거친 행동을 보여준다. 

일이삼 법칙이란 일(1)은 “일(1)단 대화를 멈춘다”, 이(2)는 “이(2)초 간 다른 곳을 쳐다본다”, 삼(3)은 “삼십(30)초 뒤에 대화를 다시 시작한다”라는 의미다.

“일단 대화를 멈춘다”는 자극적인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 바로 멈춰야 한다는 뜻이다. 자극적인 대화의 위험은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사람은 일반적으로 화가 나게 되면 상대방에게 공격적인 말을 하는데, 특히 그 사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경우가 많다. 그 공격적인 말은 미리 계획된 것도 아니고 바로 그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나오게 되고 대부분 후회를 하게 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을 담을 수 없으니, 상처를 받은 사람은 아주 오랫동안 그 말을 기억하게 되고 괴로워한다. 그 대상이 바로 내 자녀라고 생각하면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자극적인 단어가 나오면 바로 멈추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청소년이 그런 생각을 하려면 성숙해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2)초 간 다른 곳을 쳐다본다”는 일단 대화를 멈추고 나서 그 사람을 쳐다보지 말고 다른 곳을 응시하고 공격적인, 자극적인 표정을 직접적으로 보면 안된다는 뜻이다. 자극적인 언행에 내가 반응하게 되면 내 반응으로 인해 상대방도 똑같이 상처를 받게 되고, 관계는 더욱 악화된다. 

상대방에게 반응하지 않으려면, 내가 자극으로 인해 흥분하지 않으려면 다른 곳을 보고 진정해야 된다. 대화하다가 다른 곳을 보게 되면 상대도 말을 멈춘다. 찰나의 정적은 서로에게 움찔하는 시간이 되고 비록 짧은 2초의 시간이지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대화를 하다가 실험적으로 2초간 다른 곳을 쳐다보면 2초가 긴 시간이라는 것을 느낀다. 효과가 있다.

“삼십(30)초 뒤에 대화를 다시 시작한다”는 일단 대화를 멈추고, 2초 간 다른 곳을 쳐다본 후 바로 대화를 다시 시작하지 말고 30초 동안 감정을 가라앉히고 상대방(자녀)의 입장을 살펴 본 후 대화를 해야 된다는 뜻이다. 그 자녀도 삼십 초 동안 침묵이 흐른다면 보호자의 변화를 실감한다. 보통 때는 바로 반응해 잔소리, 큰소리, 반복되는 소리, 자기 입장만 얘기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조용해진다면 생각이 많아진다. 침묵의 효과다. 

말은 아무리 많이 해도 공허하고, 말로 자기 생각과 감정을 다 표현할 수도 없다. 말은 그냥 말일 뿐이다. 그런데 그 말이 사람을 쓰러지게 만들고 다시 일어나게도 만든다. 

혀는 예리한 칼날이다. 일이삼 법칙은 칼날의 예리함을 둔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청소년에게는 아직 예리함이 필요하지 않다. 갈등하는 순간은 칼날을 숨길 때고 칼을 갈기 위한 숫돌을 준비할 때다. 아주 질 좋은 숫돌을 고르고 깨끗한 물도 옆에 갖다 놓고 기다려야 된다. 

어른이 되는 것, 부모가 되는 것, 나이 먹는 것은 그냥 자연스럽게 되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하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고, 눈물과 한숨이 동반된다. 그러나 자녀의 사춘기는 어른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서로를 성숙하게 만드는 필수 과정이며 축복이다!

 

 변승기 <한국K-POP고등학교 교사·칼럼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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