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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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죽음
  • 최교성 세례자 요한 <홍주성지 전담 신부>
  • 승인 2022.03.25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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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성인 중 하나인 철학자의 원조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하면서 사형을 받아들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그의 제자들이 스승이 탈출할 수 있는 길을 다 열어줬다. 그러나 스승은 죽음을 선택했다.

그의 진실은 이승보다 고통도 시련도 없는 신과 함께하는 곳을 빨리 가고 싶다고 하면서 탈출을 거부하고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바로 영원한 생명을 그리워했던 그였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의 최고 행복을 신을 소유한 자, 신을 향유하는 자라고 했다. 소크라테스 역시 삶 속에서 이미 신을, 진리를 소유해 하느님의 현존을 느끼며 살았던 것이다.
미리 신을 마주보는 경지가 없었다면 그렇게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초월하는 경지에 갔기에 4대 성인이 됐다.

순교사에서는 이 스크라테스 정신을 순교자들의 원형이라고까지 일컫고 있다. 순교자들은 이승보다는 신의 현존을 더 느꼈고, 죽음 너머에 비로소 사라지지 않는 영원성을 확신했다. 철학자는 진리의 신을 향해서, 그리고 기독교의 순교자들은 그리스도를 증거 하면서 죽은 것이 구별된다고 하겠다. 모두가 이승보다는 내세에 더 우위를 둔 것이다.
소크라테스 역시 이승보다 저승을 더 동경했던 것이다. 성철스님도 ‘불교에 귀의하는 가장 큰 동기 역시 사라지는 이 세상, 죽어가는 사람의 의미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하며 깊은 심연에 빠졌다.

먹지도 못하고 잠도 이루지 못하는, 우울증과 같은 실의에 빠지면서 출가를 결심한다. 영원한 진리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27살 처자가 있었던 상태였다. 이 정도면 잘 먹고 잘사는 것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더 근원적인 진리가 무엇인가에 미쳐버린 것이다. 자식도 뒤로 한 채….

제 종교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사라지고 마는, 없어지는 그 모든 것은 진짜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지금 타고 있는 촛불은 몇 일 후에,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리지고 만다.
사실 지금 현재, 태양도 타고 있다. 언젠가는 사라지고 마는 물질에 불과하다. 거기에 무슨 의미를 둘 수 있겠는가. 세상만사 모든 것이 다 그러하거늘, 인생도 예외 없다.

고대 철학자들과 종교인들의 눈에는 사라지는 모든 것에 진리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던 것이다. 진리란 무릇 항상, 모든 곳에, 늘 같은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철학에서도 시간에 따라 그때그때 변하는 것은 진짜로 존재한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고대 철학자들은 거의 모두가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신뿐이라는 것으로 귀착했다. 죽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신에게 귀의했던 것이다. 그래서 죽음 너머까지 존재하는 자를 갈구했다. 문화의 발상지들은 모두 내세 지향적이었던 문화를 가지고 있다.
피라밋과 잉카문명, 모두가 큰 제대와 무덤을 갖고 있다. 고대인들에게 죽음 후에 영원으로 가지 못하는 인생은 헛된 삶이었다. 인생 전체를 영원한 것으로, 즉 완전한 것으로 가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사상은 현대에는 종교 차원에만 가둬둔 느낌이다. 보통사람들에게는 죽음은 생각도 하지 않고, 준비도 않는 무대책이기 쉽다. 그러나 신앙은 인생을, 유년기~노년기, 죽음, 그리고 그 너머까지 전체를 보게 한다. 만약 누가 전체 중에 어느 한 부분을 삭제한다면 그 전체는 왜곡되고 찌그러질 것이다.

죽음은 엄연한 사실이건만 그걸 도외시하는 인생은 찌그러지고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죽음이 없다고 소리치는 듯한, 이런 문화는 사실 죽음의 문화이다. 그리고 인간을 병들게 하고 속이는 것이리라.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는 것은 동물적인 수준이다.

인간은 정신적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지우고 사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쁨 속에서 죽어간 소크라테스와 순교자들의 죽음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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