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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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 최교성 세례자 요한 <홍주성지 전담 신부>
  • 승인 2022.03.3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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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톨릭교회는 부활절 전 40일을 정화 속죄의 시간, 즉 ‘사순절’을 보낸다. 지금이 바로 그 사순시기(四旬時期)이다. 1년 중 가장 큰 축일인 부활절(復活節)은 십자가에 달려 사망한 예수가 사흘 만에 부활했음을 기념하는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축일이자 최대 명절인데, 이 부활절 전 40일을 특별하게 정화의 시간으로 보낸다.
기독교에서 40일은 구약에서부터 정화와 속죄의 상징을 담고 있는 숫자이다. 예수님께서도 40일 동안 사막에서 악과 투쟁하는 기간을 보내신 바 있다. 모세 역시 십계명을 받기 위해 40일 동안 기도하며 산에서 기다렸다.

이 사순절의 첫날을 재의 수요일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 카톨릭 신자들은 머리 위에 재를 바르며 사순절을 시작한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십시오’라는 성서의 말씀과 함께 재를 받는다.

흙은 먼지와 같은 의미로 아무것도 아닌 것을 말한다. 결국 해골로 돌아가는 재와 같은 존재는 창조주 앞에 겸손할 수밖에 없다. 빚어진 존재라는 것은 스스로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창조주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존재다. 이승에서 온 날도 선택한 적이 없다. 이승을 떠날 때도 미리 알 수 없기로는 마찬가지이다. 이승의 삶 역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인생은 하느님 손바닥에 있지 않는가 말이다.

인생의 주인이 내가 아니다. 인간은 결국 인생의 주인으로 천방지축으로 마음대로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창주주의 뜻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그 분의 뜻에 맞갖게 착하게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구약성서 창세기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창조 신화는 창조를 과학적으로 풀이한 책이 아니라 신화와 같이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흙으로 빚어내고 거기 인간의 코에다 하느님 기운을 불어 넣는다는 창조신화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원래 인간은 먼지 같은 쓸모없는 존재인데 창조주가 자신의 입김을 인간의 코에 불어넣어 인간은 영적인 존재가 된다. 강아지나 동물들이 볼 수 없는 것을 인간은 보고 느낀다. 양심이 있어서 악을 향하면 마음이 편치 못하고 손을 향하면 누구든지 기쁨을 느낀다.

이 모든 것은 동물과 다른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성서는 인간을 규정하기를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된 존재라고 한다. 그 어떤 사상보다도 가장 큰 인간의 기본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인간은 신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신의 자식들인 것이다 하느님의 모상, 형상을 따라 창조됐기 때문이다.

흙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세상에서 식물 생명은 흙에서 비롯된다. 시멘트 아스팔트에서 새싹이 나올 수 없다 흙에서만 생명이 움터 나오지 않는가? 그 흙에서 나온 인간 역시 생명을 내놓는 인간인 것이다.

착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살려낸다. 용기를 주고 사람을 성장하게 하고 기운을 복 돋아 주는 신적인 존재인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은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이다.

세상의 주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승에 끝이 있는 존재는 영적이 것을 구하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먼지로 가는 육적인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없다고 본 것이다. 영적인 존재가 더 우월하다고 본 것이다.

우리 인간 역시 예수님의 부활에 참여하는 신적인 존재가 될 때 창조가 완성된다고 본 것이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면 여느 동물과 별다른 것이 무엇이랴?

그래서 인간은 고대부터 영원을 고대했다. 영원불멸성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영적인 존재가 영감을 받은 것이리라. 죽음으로 끝날 수 없는 존재이기를 영원한 생명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계시종교인 기독교 이전부터 인류는 모든 종교에서 영원을 염원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결국 기독교인들은 죽음을 뛰어넘는 이 희망을 품게 되는 신앙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포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 순교자들의 신앙은 그것을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성지는 바로 우리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이정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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