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에 젖어 하얀 백지와 같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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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에 젖어 하얀 백지와 같은 작품”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2.04.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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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산 임태환 시인, 4편의 시로 85세에 등단
갈산면 내갈마을 자택에서 시를 쓰고 있는 임태환 시인의 모습. 

“나는 자연시인이여. 늘 자연에서 시상이 떠올라.” ‘달맞이꽃’, ‘촛불’, ‘낙화’, ‘목도리’ 등 네 편의 시가 월간 순수문학 4월호에 신인당선작으로 뽑히며 등단한 여든 다섯의 임태환 시인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시를 쓰면 잡념이 사라지고, 시상을 떠올리면 마음이 한가로워 지기도 하지. 요새도 돌아댕기면서 시를 쓸 재료를 모으고, 달력 뒷장에 끄적거려.”

심사위원들은 “사춘기 동심에 젖어 티 없고 세상의 때라곤 묻지 않은 백지와 같다”며 “임태환님의 시는 순수하고 맑다. 서민적이고, 독자와의 거리감이 없고 친화력이 돋보이는 시들이 주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갈산면 내갈마을 출신인 임태환 시인은 홍주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지난 1998년 첫 시집 ‘사슴의 눈망울’을 펴내고, 2008년 제2집 ‘소쩍새는 밤에만 우는가’, 2020년 ‘봄날은 가는데’를 발간했다. 

“중학교 다닐 때, 국어 교과서에 나온 박목월의 청노루,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달달 외웠었지. 그렇게 좋더라고 그게.”

이후 그는 삶의 어느 순간을 포착할 때마다 시로 표현했다. 그가 처음 지은 시는 ‘송아지’였다. ‘솔뫼 등마루 파아란 잔디 위에 홀로 앉은 송아지…(중략) 애처로운 송아지 콧등에 이슬 맺히면 해는 저물어간다.’

임태환 시인이 십대 때 지은 시 ‘송아지’는 풀은 뜯지 않고 먼 산을 바라보는 송아지의 울적한 기분을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 본 작품이다.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송아지와 어린 소년은 닮아있다. 

정현종 시인의 시 제목처럼 결국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시인 임태환은 알고 있었다. 각자의 열심에 따라 피어나는, 그래서 더 열심히 순간을 사랑해야한다는 사실을.다음은 임태환 시인의 당선소감 전문이다.

“당선 소식을 접하니 그저 어안이 벙벙하고 심장의 고동이 뛰면서 몸과 마음이 둥 둥 떠오르고 있는 심경입니다. 실로 기쁘고 흐뭇하고 즐겁기 한량없습니다. 그간 등단의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차일피일 미뤄왔던 것이며 앞으로 얼마일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생의 현실에서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지켜나온 대로 영육의 건강을 챙기면서 여생을 작시활동에 온갖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아울러 명문 순수문학사가 키워 낸 문단 문인의 명성과 명예를 높이는데 가일층 힘쓰겠습니다. 졸시를 선에 올려 주신 월간 순수문학사와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서재에 있는 조그만 책상과 필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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