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의 상징새는 까치입니다. 까치는 길조이고 우리 정서에도 맞습니다. 하지만 충북만 해도 12군 중 7군의 상징새가 까치니까 전국을 합치면 꽤 많을 것입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유해야생동물로 포획을 장려하기도 합니다. 상징새는 주민생활감정에 친숙하면서, 지역의 다양한 문화적 개성과 상상력을 발휘하면 좋겠지요.
1993년부터 홍성은 오리 고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국 어딜 가나 홍성과 똑같은 오리집이 보였습니다. 봉하의 노대통령도 퇴임 후 ‘농사는 유기농업을, 유기농업은 오리농업으로’라면서 오리농사를 진두지휘해 많은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어느 시점엔가 오리집이 텅 비기 시작했습니다. 조류 독감 탓입니다. 한동안 놀랐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조류독감은 숨 막히는 공간에서 약물 범벅으로 준 사료에 저항력이 없어진 병아리에서 생기지 오리하곤 관계는 없어요. 일본서는 독감이 휩쓰는 바로 옆 논에서도 오리 규제는 안해요”라는 일본 오리농사협회 사람들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조류독감도 한 계기가 되었지만, 정작 이유는 친환경으로 하되 힘이 덜 드는 쪽으로 가려는 경향에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한 해 망을 쳤다 거두고, 오리를 조석으로 돌보기가 우렁이 몇 줌 던져 넣는 것보다 힘든 게 사실입니다.

위기의 먹을거리 대책 오리농법
올해 폴 로버츠라는 이가 ‘먹을거리의 끝장(The end of food)’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2004년에 낸 ‘석유의 끝장’의 제2탄입니다. ‘석유의 끝장’이 세계가 이미 탈석유시대에 접어든 신호탄이라면 인구 증가, 독과점 농기업, 화학물질오염, 유전자조작, 땅 부족 등 ‘먹을거리의 끝장’이 제기하는 문제는 심각합니다. 폴 로버츠가 지속가능한 먹을거리의 틀 전환을 위해 제시한 것은, 놀랍게도 오리농업을 중심으로 한 순환 복합 농업과 지역 먹을거리(로칼 푸드), 그리고 큰 동물 사육의 제한입니다.
오리농법의 창시자 후루노 씨는 1995년 홍성과 인연을 맺은 뒤 거의 해마다 와서 교류하였습니다. 그는 규슈대학 박사이고, 21세기 사회기업가로서 다보스 세계경제 포럼 회원이면서 현장에서 쌀농사를 끊임없이 체계적으로 연구하면서 농법을 단순화시켜가는 아시아 농업의 인재입니다.
지난 5월에는 홍동밝맑도서관에서 오리농업의 노동력 절약을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오리는 야행성이니까 가두지 않아도 됩니다. 울타리만 잘 치면 됩니다. 일본서는 망 대신 햇빛 발전으로 전기 울타리를 한번 치면 몇 년이고 반영구적으로 씁니다. 동남아처럼 기계모를 않고 직파를 하면 일품을 절반으로 줄여요” 이미 그는 여러해 전부터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토지의 복합 이용이란 논에 오리(축산), 둠벙에 물고기를 기르고 벼를 베고 나서 논에 사료나 보리 등 돌려짓기를 하는 것입니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오리는 생물다양성을 파괴하지 않습니다. 논에서 오리를 뺀 뒤 거듭 실험을 해보았는데 곧 복원이 되더군요. 오리똥 만으로 질소 과다 현상은 안 일어난다는 것도 밝혀졌고요. 벌레잡이 효과에 비해 벼가 오리 깃의 감촉으로 자라는 것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더군요”
한우클러스터 신인섭 씨에 따르면 소 한 마리는 사람 130명의 곡식을 먹는다고 합니다. 앞으로 식량파동을 예상하면 큰 가축의 대규모 사육은 어려울 것입니다. 대만에서는 채리바리 큰 품종 오리를 논에서 기릅니다. 푸른 논에 흰 오리가 우아하게 노니는 모습은 평화로운 농촌풍경을 연출합니다. 오리 고기는 수입사료 대체와 불포화지방 단백원이면서 농가 소득원도 되어 ‘하나를 들어 셋을 얻는’ 일거삼득 효과가 되는 거지요.
오리를 통한 세계 농민의 교류
늦가을이 되면 수많은 철새가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천수만과 벼 벤 들판에 내려왔다가 지는 석양에 무리춤을 춥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물에 사는 철새는 민족 신앙의 대상이었습니다. 조상들은 하늘을 날면서 물에서 노는 물새에게 하늘에서 비와 풍년을 빌었습니다. 그것이 솟대의 유래지요. 오리는 철새의 큰 무리라 솟대를 오리솟대라 부르기도 합니다. 또 가정의 화목과 평화의 표상으로 혼례상에 나무오리를 올려놓았습니다.
오리가 국경을 넘어 하늘을 날듯이, 20일부터 25일까지 일본 오리농민 34명이 홍성에 옵니다. 올해로 일곱 번째입니디. 일행 중에는 농사짓는 학장급 교수와 농촌지도사들이 여럿 눈에 띕니다. 그간 지역에서 그들을 따뜻이 맞아주시고 협력해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구항면 내현리 거북이 마을, 문당리 환경교육관, 홍동중학교 해누리관에서 발표하고 홍성 재래시장을 돌아보고 봉하 마을과 전주 한옥마을, 서울의 창덕궁을 견학합니다. 교류는 확대되어 아시아 오리대회도 필리핀, 방글라데시, 중국, 한국(두 번), 일본, 베트남 등 국가 이념을 넘어 쌀농사를 짓는 여러 나라에서 열렸습니다. 오리처럼 오리농민들도 국경을 넘은 평화 교류의 길을 트고 있습니다.
오리의 한자는 갑(甲, 첫째 등급)과 새(甲+鳥=鴨)를 합친 것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새의 첫째 등급인 (청둥)오리를 우리 지역 상징새의 후보로 주목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며, 아울러 각 지자체에서 구기자나 고추, 민들레가 지역 축제 주제가 되는데 오리가 홍성군의, 또는 내륙부의 축제 주제가 된다면...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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