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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2.06.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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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49〉
이태화 <봄에 피는 꽃> 36×26㎝ 수성싸인펜.

우리 집에는 작은 봉제인형이 하나 있습니다. 열쇠고리로 쓸 만한 크기의 인형입니다. 박수근 화백 작품 전시회에 갔다가 기념으로 샀는데 볼 때마다 고향의 옛 친구를 대하는 것 같이 편안한 마음이 됩니다.
  
박수근 화백의 그림에는 어린 소녀가 아기를 업고 있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포대기로 아기를 싸서 등에 업은 소녀가 서서 공기놀이하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상고머리에 버선과 고무신을 신은 소녀입니다. 전쟁 직후 서울의 풍경일 것입니다. 예전에는 가난한 집 여자애들이 부잣집 애보기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애기를 봐주면 밥은 굶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난한 집 소녀를 부잣집으로 보냈던 것입니다. 부잣집으로 간 가난한 집 여자애는 슬픔과 서러움을 참으며 궂은일과 아기 돌보는 일을 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러 나오시는 어르신 한 분은 부잣집 아기는 아니었지만 조카를 돌보느라 힘들었다고 합니다. 장가간 큰오빠가 한 집에서 살았는데 어린 어르신이 조카를 봐줘야 오빠 내외가 일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르신의 할머니는 어린 손녀 즉 어린 어르신보다도 증손자를 더 귀애하셔서 아기 우는 소리가 나면 큰 꾸중을 하곤 하셨다 합니다. 남아선호와 장자우선의 관습이 엄연히 존재하던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친구들과 놀고는 싶은데 조카를 봐줘야 하는 어린 어르신은 조카를 등에 업고 공기놀이를 하곤 했다 합니다. 한참을 정신없이 놀다보면 조카는 업힌 채 자고 있고 등은 조카의 체온과 합해져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고 합니다. 아기를 업고 있는 어린 어르신도 힘들었겠지만 다리가 벌어진 채 등에 매달려 자야했던 아기는 또 얼마나 힘들었을지, 안쓰러운 장면입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먼 옛날의 이야기입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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