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의 ‘님의침묵’, 홍성 사투리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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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용운의 ‘님의침묵’, 홍성 사투리로 쓰였다?
  • 윤신영 기자
  • 승인 2022.06.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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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만해한용운선사생가지 만해학회 학술회의 개최
‘ㅡ’모음 어휘, ‘~한지’, ‘돍’, ‘사러지다’ 등 초간본에 존재
창립 30년만에 홍성에서 다시 개최한 만해학회 학술회의 모습.

만해 한용운 선사의 ‘님의 침묵’ 초간본은 당시 홍성 사투리가 쓰였고, 이러한 사투리를 현재 님의침묵 표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는 주장이 제기돼 흥미를 끌고 있다.
만해학회(회장 한중옥), 덕숭총림 수덕사(주지 정묵), 내포문화관광진흥원(원장 한건택)은 지난 25일 만해한용운선사지기념관에서 ‘홍성에서의 만해 한용운’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김광식 동국대학교 명예교수의 ‘한용운과 홍성, 연구의 서론’을 주제로 한 기조발표 이후, 이병교 만해학회 운영위원장의 사회자로 진행됐으며, 주제발표 이후 각 주제에 대한 토론과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다.

이날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윤재웅 동국대 만해연구소장은 “한용운 문학에 나타난 사투리 문제-‘님의침묵’ 초간본(1926)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윤 소장은 “‘님의침묵’(1926) 초간본에 나타난 어휘가 재간본과 전집(1973) 발간 이후의 다양한 판본에서는 초간본 표기를 바꾸기 때문에 원형을 확인하기 어렵다”라며 “원형에서는 한용운의 고향인 홍성 사투리가 남아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님의침묵’ 초간본에는 고어(古語)와 20세기 초기부터 1920년대의 다양한 문학 텍스트의 관습적 문체들도 함께 나타난다”라며 “그중 홍성을 비롯한 충청 지역의 사투리와 당대의 다양한 특성을 찾아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윤 소장은 “△츰, 아츰, 아즉, 일즉, 마즈막, 노르개 등과 같은 ‘ㅡ’ 모음 어휘 △~한지 △돍 △사러지다 △~버요 등 홍성 사투리와 비표준어가 ‘님의 침묵’ 초간본에는 살아있다”라며 “이들 어휘들은 1933년 표준어 규정이 제정된 이후 다양한 판본들 속에서 표준어로 변개되거나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는데 1920년대의 리터러시가 한용운 선사의 문학을 학문적 검토와 합의 없이 왜곡하는 문제점이 생긴다”라고 피력했다. 

윤 소장에 따르면 특히 ‘님의 침묵’ 초간본에는 ‘긔루다’라는 독특한 어휘가 나타나는데 ‘애처롭다, 슬프다, 아쉽다, 기릴만하다, 안쓰럽다, 기특하다’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면서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님의침묵 초간본의 ‘군말’ 편에서 ‘긔룬 것은 다 님’ 구절이 있는데, 윤 소장은 “‘긔루은’ 대상인 ‘님’은 불교적 표현법인 ‘두두물물(頭頭物物) 시시처처(時時處處) 만유(萬有)에 편재(遍在)하는 진리’인 셈”이라며 “이는 이런 어려운 표현 대신 ‘긔룬 것은 다 님’이라는 일상구어 활용이 바로 ‘불교철학의 국어화 과정’인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웅 소장은 “만해학회 회원의 가족이 홍성 사람이었는데, ‘님의침묵’ 초간본을 읽고 홍성사투리가 쓰였다며 놀랜 것에서 주제를 착안했다”라며 “홍성 출신인 한용운 선사의 본래 표기가 문학적으로도 중요한 만큼 지역 언론이나 학계에서 관심 가질 사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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