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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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전시회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2.07.1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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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51〉
박상만 <복숭아꽃>  36×26㎝ 수성싸인펜.

어르신들과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한 결과로 전시회를 처음 가진 것은 농촌마을에서였습니다. 전시회라고 할 것도 없이 그동안 이런 것을 하였으니 마을 분들과 같이 보자는 뜻으로 마을회관 방에 야외용 이젤을 펴놓고 어르신들이 쓰신 글과 그림을 걸었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떡을 하고 식사를 준비해 동네 사람들과 관계된 분들을 초대하셨습니다. 뜻밖의 흐뭇한 마을 잔치가 되었고 마을공동체가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흰 눈이 쌓인 한 겨울에 따듯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듬해 봄에 읍내에 나와서 농촌마을에서 했던 전시회를 다시 한 번 하였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읍내 나들이의 기회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전시회장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제자의 주선으로 홍주역사박물관 로비에 이젤을 펴놓고 할 수 있었는데 어르신들은 마을회관에서 할 때와는 다르게 남부끄럽다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와 걸어 놓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고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용기를 내신 어르신들을 격려해 주셨습니다.  

관람객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고향에 쓸쓸하게 남아 계신 부모님,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고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어르신들에게만 있는 순수함, 진지함, 진정성에 환호하셨습니다. 다만 무력한 존재일거라고 생각하다가 밝고 아름다운 색채와 인생을 살아낸 이야기로 당신들의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한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셨습니다.  

마을도서관에서 전시회를 하고 어르신들의 소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신들의 마음을 정확한 어휘로 표현하고 계셨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신체의 모든 기능이 퇴화한다는 것은 거짓말 같았습니다. 어르신들도 기회가 주어지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다만 기회가 없고 무력하고 느리다는 편견이 있을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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