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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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다시보자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07.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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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는 중국 후한 말~서진 초(대략 184~280년 경)까지의 역사를 배경으로 위(魏)·촉(蜀)·오(吳) 3국의 정사(正史)를 다룬 기록이다. 이는 진나라의 역사가 진수(陳壽:233∼297)가 편찬한 것으로 <사기(史記)> <한서(漢書)> <후한서(後漢書)>와 함께 중국 4대 역사서에 속하며 보통 ‘정사 삼국지’로 불린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삼국지’라 함은 대부분 나관중(1330?~1400)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뜻하는데, ‘연의(演義)’란 사실을 부연해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나 창극을 말한다. 정확한 사실의 역사기록인 ‘정사 삼국지’에 비해 ‘삼국지연의’는 정사와 야사, 창작 등을 토대로 완성도를 높인 고품격 스토리텔링의 ‘역사소설’이며, 오늘날까지도 동아시아권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손꼽힌다.(2018년 국내 교수신문에 의하면 교수들이 다시 읽고 싶은 책 33선 중 2위를 차지했다.)

진수의 삼국지가 나온 지 천년이 넘은 시점에, 나관중이 이를 새롭게 해석하여 펴낸 ‘삼국지연의’는 당대는 물론 후대의 문학사에 깊은 영향을 주었고, 점차 내용이 강조되거나 추가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후 가정본(1522년, 명나라 가정제 원년에 간행)과 모종강(1632-1709, 중국 청나라 때의 소설가)본이 대세를 이루게 되면서 ‘연의’의 다양한 가닥이 점차 정리돼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사실 진수는 진나라 사람으로 삼국이 통일된 후의 진나라(서진)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소위 ‘조위 정통론(후한 헌제의 선양을 받은 조비-조조의 아들-가 정통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는 반면, 나관중은 ‘촉한 정통론(유비의 촉나라가 한나라를 잇는 정통이라는 주장)’을 강조한다. 삼국지가 시대를 거치면서 민중과 함께 울고 웃으며 점차 화자에서 청자 위주로 변화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우영, 정비석, 황석영, 이문열 등의 여러 작가들이 삼국지를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을 발표해 크게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삼국지는 후한 말 환관세력에 대항하는 황건적의 난(장각이 일으킨 농민봉기)의 발발로 몰락한 황족인 유비가 관우, 장비와 함께 도원결의를 맺고, 의용군을 모아 전장에 나서면서부터 시작된다. 한나라 황제를 동탁이 핍박하자 조조, 원술, 손견, 공손찬, 유비 등이 동맹군을 이뤄 진압하고, 이후 군웅할거의 시대를 맞는 중에 조조가 황제를 품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유비는 제갈량을 얻고 강동의 손권과 힘을 합쳐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물리친 후 서천과 한중을 접수, 통일대업의 발판을 마련하며 촉(또는 촉한)의 왕이 된다. 손권은 오나라(손오)의 창업군주로 유비와 동맹을 맺기도 하고 조조를 견제하기도 하며, 안정적인 경제 사회를 이룩하고자 노력했다.

위나라에서는 조조가 죽고 아들 조비가 황제에 오르게 되면서 삼국은 더욱 치열한 국제 정세에 휩싸이게 된다. 이후 삼국통일의 야망을 꿈꾸는 군주들의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됐는데 위나라군에게서 관우를 잃고 오나라군에 장비를 잃은 유비는 이릉대전을 일으켰지만 결국, 강동의 육손에게 패해 백제성에서 숨을 거둔다.

유비의 아들 유선이 17세의 나이로 촉한황제에 오르고 제갈량이 10년간의 섭정 끝에 5차북벌에서 사망한 이후, 30여 년간 촉이 지속되다가 위나라의 사마소에게 항복했다. 이후 사마소의 아들 사마염(사마의의 손자)이 황제를 몰아내고 오까지 무너뜨리니 비로소 삼국시대가 막을 내리고 ‘서진(西晉)’이 시작됐다.

삼국지에는 약 1000여 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한다. 삼국지연의의 내용이 비록 역사와 70% 정도만 부합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삼국이 존재했던 100여 년의 세월 동안 이 정도의 인물을 기록해 내고 살려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삼국지가 위대한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삼국시대가 막을 내린 지 170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아직도 삼국지를 읽으며 사자성어를 익히고, 처세를 배우며, 의리와 배신을 논하고 있다. 또한 유비는 한없이 착하고 제갈공명은 무한대로 지혜로우며 조조는 언제나 영악한 간신, 배신의 아이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연 그러할까.

지금 중국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조조와 사마의를 다시보자’는 움직임이 조용히 일고 있다. 책은 물론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만화 연극 뮤지컬 등에서도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는 중요 인물이 바로 그들이다.

중국에서는 조조의 리더십을 재조명한 ‘영웅조조(英雄曹操)’를 총 41부작으로, 제갈공명의 북벌을 끝내 막아내고 손자로 하여금 천하를 통일시킨 최후의 승자 ‘대군사사마의’는 총 86부작 드라마로 제작해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에도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지가 있다. 백제부흥운동을 포함한 후삼국 시대까지 치면 엄청난 캐릭터가 나올텐데 이들을 같이 묶어보려는 시도가 없는 것 같아 늘 아쉽기만 하다. 역사를 배우고 재미도 갖춘 ‘한국판 삼국지’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조남민 <홍성문화원 사무국장·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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