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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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 김주호 <광천제일장학회 이사장>
  • 승인 2022.09.0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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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9일에 결성 만해사에서 홍성문화원(원장 유환동)의 주최로 만해 한용운 선사 탄신 143주년 추모 다례행사가 거행됐다. 홍성군립무용단의 진혼무 시연 사전공연에 이어 바로 추모식이 진행됐다. 

이용록 홍성군수, 이선균 홍성군의회 의장, 김남용 충남서부보훈지청장의 추모사가 끝난 다음 만해선사기념사업회장이신 옹산 큰스님께서 법어(法語)를 설파했는데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러시아의 침략을 규탄)가 심히 우려스럽고 불행한 사태가 빨리 종식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피해 당사국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데 일본은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일본 때문에 주변 국가들의 근대화가 촉진됐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제 동원된 위안부는 단 1명도 없고 모두 자원해서 위안부가 됐다고 강변한다면서 이런 철면피 때문에 만해 선사뿐만 아니고 모든 국민이 고통의 질곡에서 헤맸다는 말씀이 있었다.

지난해 추모식 때도 망전필위(忘戰必危,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기가 온다)를 거론하며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동자는 자기네 권익을 위해 투쟁하면 그만이지 왜 한미훈련을 반대하고 정치에 물들어가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나라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일갈했다. 다분히 국회의원들을 힐난하는 말씀인데, 100%는 아니어도 대강 맞는 말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에게 3가지 별명을 붙여줬는데 국해(國害)의원, 공인사기꾼, 허가받은 도둑놈(극히 일부)이라는 비아냥이 있는 게 사실이고 보면 옹산스님의 말씀이 전혀 틀린말은 아니다, 

만인공노할 죄를 짓고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여야 정치권을 보면 누가 봐도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남의 티눈은 시비를 걸면서 제 눈의 대들보는 못 보고 있는 것이 작금의 정치권 현실이고 보면 나부터 뼈저린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한미합동 군사훈련도 거르고 귀순 어부를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사지로 강제 북송시킨 것이나 해수부 공무원이 자진 월북을 했다고 서둘러 봉합하는 작태는 두 번 다시 없어야 한다.

사실 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권을 연장하고 독재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래 그분의 평가가 공7, 과3이 대세이고, 돌이켜보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훌륭했다는 얘기가 된다. 필자는 박 전 대통령의 언행 중에서 ‘온다면 안 오고, 안 온다면 온다’는 그 말 하나는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고 싶다. ‘쳐들어온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면 못 쳐들어오고 쳐들어오지 않는다고 생각해 준비가 없으면 쳐들어온다’는 지극히 평범한 말이지만 만고의 진리다. 옛날부터 그리해 왔다면 임진왜란, 병자호란, 국권침탈(일본), 6·25 한국전쟁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독일의 전쟁 평론가 ‘클라우스 비치’가 말한 ‘있다면 없고 없다면 있는게 전쟁이다’와 일맥 상통하는 말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침탈하지 않았다면 남북분단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며 남북이 대치하며 천문학적인 국방비(특히 북한)를 소모시키는 일도 없을 것이니 일본은 언젠가는 천벌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볼 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못나서 준비가 없어서 국치를 당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호국은 국민 모두의 책임이고 보훈은 살아남은 자의 의무라고 한다. 만해 선사 같은 순국선열이나 호국영령을 추모하고 그분들의 뜻을 널리 선양함으로써 다시는 치욕을 당하지 않게 하는 것도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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