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목의 탄생과 태고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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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목의 탄생과 태고보우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2.11.2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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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인물을 평가하고 선양할 때는 종(縱)과 횡(橫)으로 톺아봐야 한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 마다 역적, 역모 등에 연루됐다 해 가문의 불명예라고 여기는 인물들을 새롭게 조명해 볼 것을 제안한다. 사건 당시 상황에서는 비록 역적이라 할지라도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후대에서 새롭게 평가할 필요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홍성은 인물이 많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횡과 종으로 보아 가장 추앙받아야 할 인물은 누구일까? 나름의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주저 없이 태고보우를 추천한다. 한때 신돈에 의해 유폐되기도 했지만 생전에 왕사 16년, 국사 12년을 봉직한 당대 최고의 인물이었고, 한국의 종교, 철학, 사상에서 700여 년간 그 위상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신라의 사상을 이끌었던 구산선문 중 가지산문의 선(禪)불교를 이어오고 있는 한국불교는 보우의 법맥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 조계종은 가지산문의 도의국사를 초조로 하여 태고보우를 중흥조로 모시고, 태고종은 종조로 받들고 있으며, 여러 종단도 이와 같은 법맥을 따른다.

홍주(홍성)가 22개 군현의 중심이 된 것 역시 보우가 왕사가 되면서부터이다. ‘고려사’는 공민왕 5년 보우가 왕사가 됨을 기리어 고향인 홍주를 목(牧)으로 승격시켰다 했고, ‘신증동국여지승람­恭愍王七年,以王師普愚之鄕,陞爲牧’ 유창이 쓴 행장에는 병신년(1356) 4월 24일 왕사로 봉(封)했고, 며칠 뒤 홍주를 목으로 승격시키니 덕을 높이 받드는 지극한 마음에서였다(是時 洪州登爲牧 蓋旌尊德之至也)고 한다. 여기에 목은 이색의 ‘원증국사탑비명’과 여러 문헌에서 보우를 홍주사람으로 기록하고 있으나, 태어난 곳은 익화현(양근군)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정도전은 ‘원증국사석종명’에서 익화현은 스님의 모향(母鄕)이며, 양근군 대원리에서 태어났고 하면서 ‘공민왕이 왕사의 예로 모시고 곧이어 국사를 더했으며, 익화현을 양근군으로 승격시켰다’고 했고, 유창 역시 아버지 연(延)은 대대로 양근군에서 살았으며, 홍무 4년 신해(1371) 신돈이 죽고 나서 스님을 국사로 모시고, 모향(母鄕)인 익화현을 양근을 군으로 승격시켰다(而楊根師之母鄕 本益和縣 陞之以郡焉)고 한다.

살펴보았듯이 보우가 왕사가 되면서 홍주가 목으로 승격되고, 이후 국사가 될 때 모향인 익화현이 양근군으로 승격된다. 아버지도 양근에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모향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홍주인이라 했기 때문에 또다시 부향(父鄕)을 거론할 필요가 없고, 홍주가 익화현 보다 먼저 목으로 승격된 것만 보아도 보우에 있어서 홍주의 입지는 매우 크다 하겠다. 그 실마리는 다음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님의 아버지 연(延)은 홍양공(洪陽公), 어머니 정씨는 삼한국대부인으로 알려졌으나, 눈여겨 볼 것은 보정이 쓴 ‘조계종태고원증국사’에는 어머니를 홍양군(洪陽郡)부인 정씨로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때 홍양은 홍주의 다른 이름으로서 보우의 가문은 홍주에 뿌리를 두고 있음이 확실해 보인다(여기에 대해서 당시 풍습과 결혼제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보우가 입적하자 사리탑을 양산사, 사나사, 청송사, 태고암에 모셨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청송사는 팔봉산(용봉산)에 있으며, 고지도에도 용봉사는 신경리, 청송사는 상하리에 표기되어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상하리미륵불 주변에서 왕자명(王字名) 와편과 사찰 주초의 집석이 발견됨에 따라 기록으로만 남았던 보우의 유적이 밝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때까지 우리 홍성(홍주)은 호서지역을 대표하는 4목 중 하나였음을 자랑하면서도 그 주역인 보우에 대해 소홀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홍성이 문화역사 도시로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우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범상스님 <석불사 주지·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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