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癸卯年)을 다시보자
상태바
계묘년(癸卯年)을 다시보자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3.01.19 0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3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음력으로 따지거나 입춘이 지나야 한 해가 시작된다는 명리쪽에서 보면 아직은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공식적으로 새해를 맞았다. 올해는 계묘(癸卯)년,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한다. 이건 누가 어떻게 정해놓은 것일까? 이것을 알려면 우선 간지(天干과 地支)를 살펴보아야 한다.

천간은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 10개의 글자로 돼 있고, 지지는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 12개의 글자로 돼 있어 십이지(十二支)라고 한다. 천간에 속한 글자와 지지에 속한 글자를 차례로 조합한 것이 육십갑자이며 이렇게 한번 돌아오는데 60년이 걸리므로 이것을 회갑(回甲), 나이를 뜻할 때는 환갑(還甲)이라고 한다.

천간을 구성하고 있는 글자(한자)는 모두 농사일과 관련이 있고, 지지의 글자(한자)는 전부 가축이나 동물을 뜻하고 있다. 아라비아 숫자가 보편화 되기 전, 천간의 글자는 숫자로 사용되기도 했다. 익명이나 가상의 사람을 나타내거나, 법조문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표현, 국회의원의 선거구, 시험지의 문항, 계약당사자의 순서를 정할 때에 ‘갑을병정…’이라는 표현이 아직도 쓰이고 있다.

지지의 열두 글자는 동물만이 아니라 열두 달, 시간 등을 나타내는 데에도 사용되는데, 자시(子時, 밤11~새벽1시, 명리학에서는 23:30~01:30)의 중간을 뜻하는 자정(子正, 밤12시), 오시(午時, 오전11시~오후1시)의 중간은 정오(正午, 낮12시)라고 한다.

천간은 하늘의 기운을 나타내는 기호로 여겨져 숫자는 물론, 방향과 색깔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갑·을의 숫자는 3·8, 방향으로는 동쪽이며 색깔로는 푸른색(청색)을 나타낸다. 병·정의 색깔은 붉은색(적색), 무·기는 황색(황토색 또는 황금색), 경·신은 흰색(백색), 임·계는 검은색(흑색)에 배속되어 있으며 이는 불변이다. 임·계는 무조건 검은색이므로, 지난해 임인(壬寅)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 올해 계묘(癸卯)년 역시 ‘검은 토끼’의 해가 된다. 내년 갑진(甲辰)년의 갑은 푸른색, 즉 청룡의 해가 된다.

천간은 모두 10개 이며 이는 숫자와도 연결돼 갑(4)·을(5)·병(6)·정(7)·무(8)·기(9)·경(0)·신(1)·임(2)·계(3)가 각각의 숫자와 매칭돼 있다. 즉, 천간이 올해처럼 계(癸)로 시작하면 그해의 끝자리는 무조건 3이다. 임진왜란(1592년), 갑오경장(1894년), 기미년(1919년) 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육십갑자의 유래·기원에 관해선 신화와 기록, 학설마다 다르기에 뚜렷한 근거는 없지만 고대 중국에서 시작돼 여러 변형을 거치며 지금에 이른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백제시대를 거쳐 1444년, 조선 세종 때 우리 실정에 맞는 역법인 칠정산(七政算)을 편찬하면서 이를 원년(甲子년)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후 을미개혁(1895년)때 양력을 처음 채택했다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연호, 독립 후에는 대한민국 연호, 단군기원을 사용하다가 1962년, 현재의 서력기원(서기)을 쓰게 됐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육십갑자를 관습적으로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특히 12 동물로 구성된 지지(地支)는 오랫동안 나이를 세는 유용한 도구로도 사용돼 왔는데, 어르신들은 출생연도보다 흔히 띠를 물어서 나이를 가늠하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낳자마자 한 살을 부여하고 해가 바뀌면 자동으로 한 살 더 먹는 시스템의 이른바 ‘세는 나이’, 주민등록상에 올린 ‘호적 나이’, ‘만 나이’ 등이 사회적으로 혼용돼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만 나이’로 통일돼 이제 무슨 띠인지 물어보는 것이 쓸데없는 일이 되고, ‘설날에 떡국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말도 곧이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지혜롭다는 토끼의 해에 오랫동안 묵은 ‘나이 정리’를 하는 것도 나름 의미있는 일이다. 

‘교토삼굴(狡免三窟)’. 지혜로운 토끼는 숨을 수 있는 세 개의 굴을 미리 파 놓는다는 뜻으로, 미래에 닥칠 여러 어려움을 사전에 대비한다는 말이다. 그동안 코로나19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전 세계가 얼마나 큰 혼란과 위기에 빠졌던가. 끝이 보이지 않던 깊은 터널에서 얼마나 헤매고 고생했던가. 다행히 전 국민의 단합된 노력과 희생으로 위기를 딛고, 새로운 희망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며, 힘내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계묘년 토끼의 해는 앞으로 닥칠 위기를 미리 지혜롭게 준비하고. 짧은 앞다리와 긴 뒷다리를 적절히 이용해서 높이 뛰는 토끼처럼, 여러 사회적 장치와 도구를 활용해 우리 사회가 새롭게 도약하는 그런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조남민 <홍성문화원 사무국장·칼럼·독자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